[트럼프 4년이 남긴 것-②] 미국 민주주의 최대 위기

재선에 실패해 오는 20일(현지시간) 물러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한 인물로 기억될 전망이다.

마치 전 세계 독재자들이나 하던 것처럼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시하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최악의 전권행사를 자행한 결과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시대를 미국의 민주주의가 그 핵심인 ‘진실 존중’을 도전받은 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민주주의의 기본 합의를 무시했다. 임기 시작 직후부터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NBC 뉴스, NYT, CNN 등 많은 언론을 가짜 뉴스 양산소로 매도했다.

또한 국익을 이유로 반이민정책을 추진하고 밀입국자를 막기 위한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은 물론, 미국 내 소수민족과 외국인들의 인권을 위협했다.

지난해 9월에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숨지자 민주당과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선 전 공화당에 유리한 보수적 인사로 연방대법관 지명을 강행했다.

그의 민주주의 묵살 사례는 이 밖에도 수없이 많다. 유세 기간 내내 보여줬던 언론의 자유, 연방법원, 대법원, 연방수사국(FBI) 등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은 재임 기간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트럼트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절정은 지난 11·3 대선의 패배를 부정하며 대통령직 이양을 거부한 것이다.

그는 근거 없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국론을 분열시켰고, 자신의 추종자들을 부추겨 국회의사당 앞까지 행진하게 함으로써 미국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 점거 사건을 부추겼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많은 미국인에게 충격을 줬다. 미국의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전통과 세계 최초로 대통령제를 창안해낸 국가라는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있다고 개탄했다.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했다.

전 세계도 큰 충격을 받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폭도들의 의사당 점거가 수치스러운 장면이라고 밝히는 등 각국 정상은 미국의 민주주의 퇴행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는 일은 미국 헌정사에서 대단히 보기 드문 일이다.

선거 결과가 나오면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승자는 패자를 위로를 전하는 아름다운 관례는 최소한 이번 취임식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미 하원은 13일 찬성 232표, 반대 197표로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공화당 의원 10명도 합세했다.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두차례나 탄핵소추에 회부되는 진기한 불명예 기록을 갖게 됐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에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이기면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겠지만 지면 불복하겠다고 내비친 바 있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위험한 인물"이라며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그를 지도자로 선택했다.

그 결과는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와 전통에 대한 전 세계 사람들의 인식을 크게 훼손시키고 미국의 국격을 떨어뜨린 대통령을 미국 역사에 남기게 됐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유권자가 7000만명이 넘는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언제든 잠복해 있음을 보여준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셉 E.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4년이 평등, 정치적 자유, 고품질의 공공 서비스, 자유롭고 적극적인 언론, 그리고 법의 지배 등 미국의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제도들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를 알게 된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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