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은 인류의 희망?…WP가 짚어본 기대와 우려
- 21-02-09
WP "러 과학, 규제와 임상시험 장애물로만 인식해 위험"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가 최근 임상 시험 결과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갈채를 받고 있다.
하지만 8일 워싱턴포스트(WP)는 수년전부터 국가 시책으로 과학에 주력해 이룬 성공이면서도 규제와 임상 시험을 불필요한 장애물로만 보고 달려온 결과기에 이 성과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스푸트니크 V는 인류의 희망? : 지난해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임상 3상이 끝나기도 전에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 V'라는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허가하자 전 세계는 이를 비웃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러시아 백신은 '인류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7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스푸트니크 V'라는 이름처럼 러시아가 스푸트니크(인류 최초 인공위성) 발사 이후 최고 과학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극찬했다.
지난 주 의학저널 랜싯에 게재된 임상3상 보고에 따르면 러시아 백신의 효능은 92%에 달한다. 특히 화이자 백신과 달리 스푸트니크 V 백신은 냉동고가 아닌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어 열악하고 더운 나라에서 쉽게 운송·배포 할 수 있다.
◇ 소련 붕괴 후 과학 침체…되살린 건 푸틴 : WP에 따르면 소련이 붕괴된 후 과학에 대한 자금 지원도 무너져 연구자들은 서방세계로 몰려들었다. 과학 분야가 취약해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고 대학과 연구소에 돈을 쏟아 부었다.
2012년 푸틴 대통령은 '프로젝트 5-100'에 착수했다. 러시아 대학 21개를 선정해 자금을 쏟아부어 2020년까지 최소 5개 대학을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도록 한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해 단 한 곳만이 순위에 올랐지만 과학 발전의 주요 계기가 됐다.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는 모스크바 외곽에 스콜코보 과학기술원 등 여러 첨단 과학기관을 건설했다. 2018년 푸틴 대통령은 더 많이 연구 논문을 출판하고 이를 실제에 응용히도록 촉구했다.
러시아와 소련의 과학은 항상 핵물리학, 무기, 우주에 가장 많은 자원을 집중시켜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에볼라 백신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백신 개발 등 의학 연구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이 분야로도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푸틴 대통령은 2021년을 '과학의 해'로 명명하고, 2030년까지 2800억 달러의 과학 및 의학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 "규제와 검증없는 과학은 위험" :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학 분야에 돈과 인재가 몰려들고 있지만 규제가 없어 위험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외국 과학자들과의 협력이나 연구 자료의 수입은 막는 관료주의적 장벽이 여전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모스크바 소재 투자펀드인 인바이오벤처스의 일랴 야스니 과학연구 책임자는 스푸트니크 V 개발이 러시아 의학이 글로벌 경쟁자로 부상했다는 신호라기보다는 '어쩌다 생긴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요 문제는 규제"라면서 "우리의 법과 지침은 유럽연합보다 15년 뒤처져 있다"며 이 때문에 과학이 제대로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코 프라하 소재 민주주의경제분석연구소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2200만 건의 과학 논문을 조사해보니 러시아는 여전히 주요 국제 과학 저널의 출판물에서 수년간 세계에 뒤지고 있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가 표절 등의 문제로 2020년 1월에 800개 이상의 과학 논문을 철회한 데서 알 수 있듯 표절과 복제 문제도 심각했다.
◇ 동물 실험 전에 인간 실험한 스푸트니크 V : 과학자들은 스푸트니크V에 대해서도 러시아 연구자들이 이를 얻기 위해 너무 지름길만 택했다고 지적했다.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국영 가말레야 연구소의 알렉산더 긴즈부르크 수석 대표와 수십 명의 연구원들은 원숭이 실험을 하기도 전인 지난해 4월에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백신 후보 물질을 주사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러시아가 이미 개발한 메르스 백신을 응용해 백신을 빨리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분자 생물학자인 이리나 야쿠텐코는 이에 대해 "과학을 하는 좋은 방법은 아니다"며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의학이 필요하며, 모든 것을 규약에 따라 해야 한다. 시간도 돈도 매우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 대상으로 실험하기 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연구가 없었다"면서 "나는 그들이 이번에 성공했다고 해서 이 지름길을 이용하여 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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