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본색'…첫 고위직 여경 집단 구타, 돌로 치기까지 '잔혹'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선언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고위직을 지낸 여성 경찰을 집단 구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 범죄 수사 차장을 지낸 굴라프로즈 에브테카르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장악 이후의 고충을 토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경찰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굴라프로즈는 아프간에서는 처음으로 경찰 고위직에 오른 여성이다. 아프간 내 많은 여성의 '롤모델'이 된 굴라프로즈는 방송 및 SNS를 통해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주장해왔고, 이슬람 극단주의 등에 맞서왔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하자, 굴라프로즈 또한 생존을 위해 아프간을 탈출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물도 빵도 없이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탈레반에 둘러싸인 채 카불 공항 출입구에서 닷새를 보냈다"면서 "어린이와 여성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굴라프로즈는 "탈출하기 위해 여러 국가의 대사관에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소용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난민 캠프에 도착해 "우리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안전한 나라로 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병사는 굴라프로즈를 시내로 내쫓은 뒤 총을 겨누며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 굴라프로즈의 상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러시아 대사관 역시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그는 "러시아 경찰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음에도 영주권이나 거주권이 없기 때문에 도울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다시 한번 공항으로 이동해 탈출을 시도했지만, 탈레반 조직원들은 굴라프로즈를 막아선 뒤 구타했다. 그는 "그들의 모든 말에는 주먹이 따랐다"며 "주먹, 군화, 무기 심지어 돌로 나를 때렸다. 맞고 나선 일어날 수 없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미군도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탈레반 세상'이 돼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집에서 숨죽이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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