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인 390명 전원 '동료의 나라' 한국에…미라클 작전 완수

탈레반 '출국 방해'에 테러 위협까지…영화 같았던 카불 탈출

軍수송기 3대 전격 투입…이송 대상 인원 집계 혼선은 아쉬워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기관 활동을 지원했던 현지인과 가족 등 390명의 국내 이송, 이른바 '미라클'(기적) 작전이 27일 모두 마무리됐다.

외교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국내 이송 대상 아프간인 가운데 377명이 전날 우리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이용해 입국한 데 이어, 파키스탄에서 대기 중이던 나머지 13명도 이날 공군 수송기 C-130J '슈퍼 허큘리스'를 타고 이날 오후 1시7분쯤 인천국제공항에 안착했다.

정부는 당초 민간 여객기를 이용해 이들 아프간인들을 국내로 데려오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아프간 철군 결정 이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짐에 따라 아프간인 이송 수단은 군 수송기로 바뀌었다. 이달 15일 수도 카불마저 탈레반에 함락되면서 카불 국제공항의 민항기 이착륙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아프간인 '조력자'들의 국내 이송 지원을 위해 카타르 도하로 철수했던 아프간 주재 공관원 가운데 일부를 지난 22일 카불로 다시 급파했고, 23일엔 KC-330 수송기 1대와 C-130J 수송기 2대를 아프간 인접국 파키스탄으로 보냈다. 군 당국은 이번 아프간인 이송 작전의 이름을 '미라클'로 명명했다.

그러나 23일(현지시간) 우리 대사관 직원들의 연락을 받고 카불 공항에 도착한 이송 대상 아프간인은 전체 390명 가운데 26명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카불 공항은 미군의 관리 하에 있었지만, 탈레반이 공항 밖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들을 모두 통제해 아프간 현지인들의 공항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군 공정통제사(CCT) 요원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국내 이송 대상 아프간인의 자녀들을 보상피고 있다. (공군 제공) 2021.8.26/뉴스1


공항에 먼저 도착한 이들 26명 가운데 1명이었던 여성 A씨는 "탈레반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이른 아침에 (집에서) 출발했다"면서 "다른 집들 사이, 담벼락 사이를 통해 이동했다. (탈레반의) 눈에 띄기 쉬운 고속도로나 큰 길로는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프간인 이송 지원을 위한 선발대로 카불 공항에 들어갔던 김일응 주아프간대사관 공사참사관에 따르면 탈레반은 공항 게이트로 몰려드는 현지인들을 쫓아내기 위해 채찍질까지 해댔다고 한다.

김만기 국방부 국방정책실장도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우리나라처럼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이송을 위해 군 수송기를 보낸 독일의 경우 이 당시 불과 7명만 아프간 밖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었고, 벨기에는 아예 1명의 조력자도 데리고 나오지 못했던 상황임을 들어 "우리도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우리 정보당국으로부터 카불 공항에 대한 테러 첩보까지 전해지면서 공항에 있던 우리 공관원들은 미국 측의 협조 아래 미국 측과 거래하던 아프간 현지 버스회사로부터 6대의 버스를 대절, 공항에 들어오지 못한 나머지 360여명의 국내 이송 대상 아프간인들을 시내 모처에 집결토록 한 뒤 차례로 버스에 태워 공항으로 진입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 측이 관할하는 검문소에서 버스가 무려 15시간이나 붙들려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한국행'을 결심한 아프간인들은 25일까지 전원 무사히 카불 공항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게 우리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 사이 우리 군은 KC-330 수송기는 파키스탄에 대기시킨 채 C-130J 수송기 2대를 번갈아 띄워 공항에 도착한 이송 대상 아프간인들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옮겼고, 26일 오전 우선 73가구 377명의 아프간인을 KC-330 수송기에 태워 우리나라로 데려왔다.

26일 오후 공군 수송기편으로 입국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태운 버스가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1.8.27/뉴스1 © News1 김정수 기자


나머지 3가구 13명의 아프간인도 같은 날 오후 C-130J 수송기를 타고 파키스탄을 떠났다.

다만 KC-330 수송기가 파키스탄을 출발하기에 앞서 탑승 인원을 점검하던 중 이송 대상자 명단에 없던 아프간인 1명이 발견됐고, 이에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이 인원은 카불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그동안 입국 대상 아프간인 수가 '391명'이라고 밝혀왔지만, 27일 오전 '390명'으로 정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의 혼란하고 긴박한 상황 때문에 인원 집계에 혼선을 빚은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자칫 "'신원미상자'가 한국행 수송기를 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이번 아프간인 이송은  제3국 국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국내로 데려온 우리 외교사의 첫 '적극 이송' 사례로 평가된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탈레반은 우리 정부·기관과 함께 일했던 이들 아프간인과 가족들을 '외세와의 공조세력'으로 간주하고 있기에 아프간에 계속 머물 경우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정부는 국내로 이송된 이들 아프간인 390명에 대해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 지위를 부여, 장기 체류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들 아프간인 입국 과정에선 체류기간 최장 90일의 단기방문(C-3) 비자를 발급해줬지만, 순차적으로 장기 체류가 가능한 방문동거(F-1) 비자, 그리고 최장 5년 간 체류 및 취업이 가능한 장기체류(F-2) 비자로 전환해줄 계획이다.

입국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등 방역절차를 마친 아프간인들은 당분간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생활하게 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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