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인들 탈레반에 넘겨'…철군 시한 고수에 비난 쇄도
- 21-08-2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기존 8월 31일로 고수하면서 연장을 요구했던 유럽 동맹국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카불 국제공항이 연일 소요 사태로 폐쇄와 재개를 반복하고, 탈레반이 현지인의 출국 제한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전하면서 "미국이 아프간 조력자들을 탈레반에 넘겨주고 있다는 비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31일까지 종전 변함없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8월 31일까지 아프간에서의 20년간 군사 개입을 끝낼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카불 공항에서 지금까지 대피한 인원이 7만700명이라는 수치를 강조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빨리 끝낼수록 좋다. 매일의 작전이 아군에 더 많은 위험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가진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영국과 프랑스 등 동맹국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시한 고수 의사를 밝힌 직후 아프간에 남아있던 미군 부대의 철수가 다시 시작됐다.
◇"스톡홀름 증후군 걸렸나"…국내외 불만 고조
바이든 대통령의 시한 고수를 두고 곧바로 국내외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유럽연합(EU)의 각료회의 격인 EU이사회의 샤를 미셸 의장은 "G7 회의에서 여러 정상이 철군 시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 회의 결과를 '실패'로 정의하고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아직 아프간에 남아있는 모든 미국인을 7일내 모두 이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떨쳐내야 한다"며 "탈레반을 믿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심리 현상을 가리킨다.
이번 결정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탈레반과 시한 연장 관련 논의를 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실망감이 더 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3일 윌리엄 번즈 CIA 국장이 탈레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협상 안 했나, 못 했나
결국 논란은 미국 정부가 탈레반과의 협상에 실패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대국민 연설에서만 해도 "필요하다면 철군 시한 연장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일 국무부와 주 아프간 대사관이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분파 IS호라산(ISIS-K) 테러 위협을 감지하고 미국민에게 카불 공항 접근 금지령을 내린 직후였다.
따라서 '아군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철군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이날 설명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결정적 변수는 탈레반의 반발이었다. 탈레반은 수하일 샤힌 대변인의 스카이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남은 외국군이 일정에 따라 철수하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할지는 우리 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CIA의 비밀 협상으로도 탈레반 지도부의 결정을 바꾸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가디언은 "바이든 정부는 아프간내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남아있는지 정확히 말하지도 못하면서 31일 철수를 합의했다"며 "결국은 (철수 성공이) 탈레반과의 협력 지속 여부에 달려있음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일갈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으로 구성된 G7 정상회의의 이번 의제 가운데에는 탈레반에 대한 제재도 포함돼 있었지만, 회의 이후 제재는 발표되지 않았다. 미·유럽군의 철수와 자국민 대피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탈레반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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