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싱가포르, 독감처럼 '위드코로나'…자율방역 전세계 퍼지나
- 21-08-23
위드코로나, '코로나19와 함께 공존' 의미
영국·싱가포르, 7월부터 방역 해제…방역 조치 폐기
백신 접종으로 가시화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이 델타 변이 확산에 요원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과 이스라엘 등에서 최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코로나19 종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해 1회 이상 백신 접종 비율이 전체 국민 65%를 넘긴 이스라엘에서는 지난 6월 확진자가 한 자릿수를 기록하다 이달 들어 80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중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면역 저하 취약군과 60세 이상에 부스터샷(추가접종)을 진행하고 있지만, 델타 변이 출현에 코로나19 확산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성인의 90%가 1차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2차 접종자는 80%에 이르지만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3만 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이에 중앙정부 주도의 규제를 풀고 개인의 자율 방역으로 방침을 선회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앞서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싱가포르는 이미 지난 7월 델타 변이의 출현에도 굴하지 않고 코로나19과의 '공존'을 전제로 한 새 방역 로드맵(단계별 이행안)을 마련했다.
싱가포르는 중앙정부 주도의 록다운(봉쇄)과 감염자 추적, 신규 확진자 집계 등 기존 방역 조치를 폐기, 검역 없는 여행과 대규모 사적 모임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5월 대국민 연설에서 '뉴노멀'로의 전환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그는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고 독감이나 뎅기열처럼 엔데믹(계절성 유행) 감염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역시 지난달부터 높은 접종률에 힘입어 실내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방역 규제를 완화하는 이른바 '자유의 날'을 선포했다.
코로나19의 변이가 속출하고 있어 코로나19를 박멸하지 못할 바엔 아예 '공존'을 택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대 커비연구소의 부교수이자 바이러스학자인 스튜어트 터빌은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코로나19의 종식을 원하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우리는 열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화산병원의 장원홍 과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것은 아마 가장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 어려운 일은 장기적으로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찾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호주 퀸즐랜드대 정치학과 부교수인 샤하르 하미리는 "백신 접종률이 올라간다 해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사회는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마법의 숫자'는 없다. 우리는 팬데믹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이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델타 변이의 확산에도 코로나19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에 전염병과 공존을 논의하는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한국 정부는 오는 10월초까지 코로나19와 함께 공존한다는 의미의 '위드 코로나' 방식으로 방역정책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몇 달간 지속되는 강력한 봉쇄령에 지친 호주 역시 '위드 코로나'를 눈여겨보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변이 확산은 지난달 60대 공항 리무진 버스 운전사가 미국에서 입국한 승객으로부터 감염되면서 봉쇄령을 확대·연장했지만, 확진자는 꾸준히 1000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이에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총리는 "앞으로 호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이 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델타 변이의 확산세에도 국경을 개방하는 나라도 있다. 태국의 경우 자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외국인 무격리 입국 프로그램 '푸껫 샌드박스'를 시행 중이고, 뉴질랜드는 정부는 내년 1분기까지 '저위험국'으로부터 예방 접종을 받은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무격리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반면 최근 델타 변이에 따른 확산으로 방역에 고삐를 당기고 있는 국가도 존재한다.
강력한 방역지침을 시행하고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한 베트남 최대도시 호찌민시가 '외출 금지'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고, 이란은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6~21일 모든 도시에 봉쇄령을 내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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