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팬데믹 머니 죄기…이번에도 신흥국 긴축발작 오나
- 21-08-22
물가상승하고 회복은 더딘데…신흥국 타격 불가피
2013년 상황 이미 재연 중…금·암호화폐에도 영향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채권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연내 시작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테이퍼링은 신흥국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에도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자 신흥국들은 증시 하락과 환율 급등 등 이른바 긴축 발작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미 연준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 번에 걸쳐 양적완화를 진행했는데 2013년 갑작스럽게 테이퍼링을 발표하면서 신흥국들의 평균 통화가치가 무려 13.5%가 하락했었다.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었다. 테이퍼링 발표 이후 미국 증시는 6% 급락 후 1개월 만에 낙폭을 회복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11% 급락한 뒤 낙폭을 회복하는 데만 4개월이 걸렸기 때문이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연준의 테이퍼링이 신흥국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미국의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신흥국으로 몰렸던 투자금이 회귀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2013년 긴축발작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신흥국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여전히 경제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회복세를 보였던 국가들 역시 델타 변이로 인해 다시 휘청이고 있다.
달러의 유동성 극대화로 자산 가치와 인플레이션은 크게 치솟은 가운데 금리가 인상되면,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은 경제 위기를 버텨내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고 신흥국들의 외화 이자 부담은 커진 모양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985년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줄 부도였고 달러가 빠져나간 뒤 IMF 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도 예외일수 없었다.
이미 신흥국들은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8.99%에 달하고 우루과이는 7.3%, 멕시코는 5.81%에 달한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경우 지난해 6500%의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을 기록해 볼리바르화의 현재 가치에서 영(0) 6개를 빼는 화폐 개혁까지 단행했다. 아프리카도 다르지 않다. 가나가 9%대 잠비아는 22% 올랐다.
자금 유출이 예상되는 신흥국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연 4.25%에서 5.25%로 1.00%포인트(p) 올렸고 러시아 중앙은행도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려 현재 연 5.50% 수준이다. 멕시코도 4.25%에 이른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자금 유출에 대응하고 있지만 높은 금리로 인해 자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 5일간 주요 아시아 증시 하락률을 보면 홍콩 항셍지수가 5.75% 하락했고, 우리나라 코스피도 4.8% 빠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자취엔지수도 약 3%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미 테이퍼링의 영향권에 들어간 모습이다.
미국이 돈줄 죄기에 들어가면 금과 암호화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역시 달러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7일에 열릴 잭슨홀 미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잭슨홀 미팅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심포지엄으로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올해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경제 전망'(economic outlook)이라는 주제로 연설에 나서는데 테이퍼링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아울러 댈러스 연준의 로버트 카플란 총재는 20일(현지시간) 델타 변이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정책 전망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해 테이퍼링 시기가 일부 조정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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