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리 몸 속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깨운다…후유증 원인
- 21-08-21
코로나 후유증 환자 73%, EBV 양성 반응
EBV 수치 검사해 코로나 중증· 후유증 발생 전 치료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후 장기 후유증(롱코비드)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외에도 다른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한 증상일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감염으로 몸안에 있던 다른 바이러스도 같이 활성화돼 증상이 악화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일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럿은 최근 미국과 터키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우리 면역 체계는 다른 바이러스와도 싸우고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최근 스위스 온라인 학술지 출판연구소(MDPI) 학술지 '패서전스(Pathogens)'에 게재됐다.
코로나19를 겪었던 환자들이 피로감, 브레인포그(정신적 몽롱함)와 같은 증상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해당 증상이 종종 '만성피로증후군 또는 근육성뇌척수염(CFE·ME)'과 비교됐었다.
연구팀이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1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겪은 환자 대다수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에 양성 반응을 보였으며 CFE·ME 환자들에서도 EBV가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EBV는 흔한 바이러스 중 하나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 중 한 번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EBV는 감염 후 비활성화된 상태로 평생 우리 몸안에 남아 있다 심리적 또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활성화돼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지 최소 90일이 지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EBV 혈청검사를 실행했다. 이후 코로나19 후유증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과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의 EBV 활성화 비율을 비교했다.
◇코로나 후유증 환자 73% EBV 양성, 증상도 유사
무작위로 선발된 코로나19 환자 185명 중 거의 3분의 1이 수개월 또는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후유증 증상을 겪었다. 또한 장기 코로나19 후유증을 경험한 환자들의 73% 이상이 EBV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후유증 증상이 없는 환자들에선 EBV 양성 비율이 10% 미만이었다.
또한 환자들이 경험했던 코로나19 후유증은 EBV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들과 매우 유사했다. 해당 환자들은 극심한 피로, 빈번한 피부발진, 레이노증후군 등의 증상을 보였다. 레이노증후군은 손가락 및 발가락의 혈류가 감소해 피부색이 변하거나 말초혈관이 수축하는 혈관운동신경 장애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증상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직접 일으킨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으로 몸에서 광범위한 염증이 발생하면서 잠재됐던 EBV가 다시 활성화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지 몇 주만에 후유증이 나타난 것에 근거해 EBV가 코로나19 감염 직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외에 올해 초 중국에서 공개된 연구 결과 또한 EBV가 코로나19 감염 2주 이내 환자 67명 중 절반 이상에서 재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감염 직후 EBV 활성화…사전 검사·치료로 후유증 막아야
EBV는 중증 코로나19로 진행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 또한 지난 지난해 초 소규모 코로나19 중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환자 104명 중 약 87%사 EBV 양성이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EBV항체 수치를 검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환자들에서 EBV가 활성화될 조짐이 보일 경우 중증 또는 장기 후유증을 겪기 전에 앞서 추가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체내에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자가면역질환들이 EBV를 자극해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특히 EBV를 활성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며 "EBV 활성화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들이 겪는 모든 피로감이나 브레인포그의 원인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정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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