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With) 코로나? 다같이 죽자는 말"…접종률 낮고 치료제 없어 '시기상조'

전문가들 의견 분분 "이미 돌렸어야" "다같이 죽는 꼴"

접종 완료율 70%대 영국·싱가포르 위드 코로나로 전환

 

손흥민 선수(29·토트넘)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골을 넣자 환호하는 팬들.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췄으나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경기에는 약 6만명이 입장했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이 높은 영국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의 완전퇴치가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고,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역정책을 말한다. 

영국은 이미 지난 7월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 모임제한 등 방역규칙을 전면 완화했다. 접종 완료자에게는 이달 16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더라도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지난 6월 말 확진자를 아예 집계하지 않고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선언, 코로나19를 계절성 독감처럼 관리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 김윤 교수 "이미 전환했어야"

국내에서는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가 "장기적인 관점의 대응전략에 대한 고민을 미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위드 코로나' 논의에 불을 지폈다. 코로나19 완전종식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확진자 수에 얽매이기보다는 중증환자 축소에 방역의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를 주장하는 전문가는 백신이 중증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2월 백신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 국내 치명률은 1.78%였다. 하지만 접종이 시작된 후 치명률은 0.5%까지 낮아졌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백신접종으로 코로나19 치명률이 독감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며 "확진자 집계를 중단하고 중증환자·입원환자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확진자 수를 매번 집계하면 확진자 수에 연계한 방역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확진자 수·다중이용시설 중심의 방역체계 대신 병상을 확충, 입원환자가 늘어도 잘 치료받을 수 있게 하고, 경증환자는 자가치료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금처럼만 관리하면 치명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우리보다 열 배, 스무 배 이상 확진자가 나오는 유럽 국가나 미국을 보면 이미 방역체계를 전환했는데도 의료시스템이 붕괴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리 중증환자들 대응 위주로 돌렸어야 한다"면서 "지금의 4단계 거리두기 효과는 이미 본 상황이다. 거리두기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방역체계로 즉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백신 예방 접종센터에서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2021.8.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문제는 속도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위드 코로나를 고민해야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현재 한국의 1차 접종률은 46.3%, 접종완료율은 20.4% 수준이다. 영국(90%·77%)과 싱가포르(77.05%·73.1%)에 훨씬 못 미친다. 

여기에 델타변이의 확산으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일본에 상륙한 람다변이가 곧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언젠가는 위드 코로나로 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는 독감보다 전염력이 훨씬 높다. 특히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도 전염력이 2~3배 강하다. 치명률도 낮아지고 있긴 하나 여전히 독감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9년 신종플루 정점 당시 일주일에 10만명의 환자가 나왔다. 코로나19는 신종플루보다 전염력이 현저히 높은데, 방역을 풀었을 때 환자가 얼마나 많이 생길지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4차 대유행에 따라 자영업자의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8월12일 대구의 한 식당에 확진자 방문에 따른 방역조치와 전직원 2주 자가격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1.8.1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위드 코로나? 다같이 죽는 꼴"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린 지금 무기가 없다. 환자는 계속 증가 추세이지만 백신도 아직 다 못 맞았고, 치료제도 없다. 그런데 뭘 갖고 위드 코로나를 하나. 위드 코로나면 다같이 죽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아직까지 독감보다 10배나 강하다. 무장(거리두기)을 풀면 20배, 100배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위드 코로나' 방향성에서는 공감하면서도 백신접종률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우선 고위험군인 50대까지 접종을 끝내고, 50~60%의 백신접종률을 담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접종률 80%, 20%인 우리와는 비교 불가"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여전히 40·50대에서 위중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는 절대 감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아직 (국민의 80%가) 접종이 안 된 상태다. 집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고 백신접종을 통해 돌파감염이 돼도 경증상태가 되는 최소한 연말까지는 방역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영국은 2만~3만명 확진자가 나와도 과거에 비해 사망자가 줄고 있고, 전체 성인인구의 90%가 면역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2차 접종률이 20% 미만인데 약 80%인 영국과는 비교 불가능하다. 최소한 2차 접종률이 70% 넘어간다면 서서히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윤 교수는 "지금보다 접종률 높아지면 뭐가 달라지겠냐. 이미 돌파감염 발생 가능성이 1.5%에서 최근 0.1% 안팎으로 낮아졌다. 여기서 더 줄이려고 이 강도로 계속 방역조치를 해야 된다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 0.01%p 줄이겠다고 지금 피해를 계속 두자는 얘기인가"라고 반박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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