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전우애 같은 일체감으로
- 21-08-16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전우애 같은 일체감으로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인종화합 대행진이 펼쳐졌을 때, 그들 중에는 적지 않은 백인들이 합류했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백인들 대부분은 한국전에 참전하여 흑인 군인들과 생사 고락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거나 그들로부터 전쟁 체험담을 전해 들은 그들의 가족, 친척, 친구들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실제로 백인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흑인을 대하게 된 것은 한국 전쟁 당시 그 치열한 전투 중 생사의 기로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강한 일체감으로부터 우러나온 전우애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포로 된 아군을 구출하는 작전에서 그 포로 된 군인이 흑인이냐 백인이냐를 가리면서 구출했겠습니까? 총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전우를 후송시킬 때 그가 백인인지 흑인인지를 구별해서 후송시켰겠습니까? 거기에는 흑백을 떠나 생명을 나누는 오직 전우애만이 있었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수만명의 젊은이들을 희생시켜 가면서 참전한 미국이, 정신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민권운동의 한 획을 긋는 큰 일에 흑백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은 한국전쟁에서 얻은 부수적인 유익이었음에 틀림이 없는데 부수적인 유익으로는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유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지구상에는 정치적인 이념의 차이 때문에,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그리고 인종적, 종교적 배타심 때문에 발생하는 전쟁으로 인하여 나라에 따라 상황적인 적과 아군이 있어왔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종교적 신앙의 눈으로 볼 때, 인류 전체가 공통적으로 배척해야 할 보편적인 적은 악의 세력입니다. 성경에는 사탄, 마귀, 악마 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마는 필자는 그것들을 한데 묶어‘악의 세력’이라 칭함으로써 좀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거짓을 수단으로 삼는 악의 세력이 개인이나 인류의 공적입니다.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악의 세력이 개인이나 인류의 공적입니다. 인간이 목적이 아니라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 악의 세력이 개인이나 인류의 공적입니다. 이 악의 세력에 저항하는 사람은 모두 다 우리의 아군이요 전우들입니다.
이러한 악의 세력들과의 투쟁은 무력 전쟁만이 아니라 선교, 교육, 봉사, 정치, 외교 등 다양한 길을 통하여 이뤄지는 정신적, 영적 전쟁입니다.
미국의 흑인과 백인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하나가 되었듯이 오늘의 인류는 앞에서 말한 거짓과 폭력과 비인도적 셰력과의 전쟁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어 일체감을 가지고 악의 세력에 대처해야할 것입니다.
오래 전 남미 어느 나라에서 탄광의 갱도가 무너지면서 29명이 갱 속에 묻혀 있다는 것을 알고 구출작업을 하면서 구멍을 넓게 파려니 2차 붕괴가 두려워 할 수 없이 좁다란 구멍만 겨우 하나 파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밧줄을 통해 구출해내는데, 그 소식이 전 세계로 전파되어 온 세계가 그들의 구출 현황을 TV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29번째 마지막 한 명까지 전원이 구출되는 순간 전세계 인류가 일제히 기쁨의 환성을 울렸던 기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순간만큼 인류 사회에서 너와 내가 하나가 되고, 그 순간만큼 인류 전체가 인간애와 인간 생명의 존엄 앞에 일체감을 가지고 결속되었던 때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다양한 방법과 경험을 통하여 인류 공동체 의식을 깨우쳐 주시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러한 기회를 무심히 흘려 보내고 맙니다. 예수님도 인류가 서로 화목하고 화평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서로서로 위해주고 사랑하는 길 뿐임을 아셨기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높은 교훈을 주셨습니다. 이웃 사랑! 참으로 실천하기 힘들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그 길만이 악의 세력을 극복하는 길이고, 세계 평화의 기본이 되는 길이고, 하늘나라 건설에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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