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7주된 워싱턴주 여성, 남편 총격에 숨져
- 26-05-09
아번 비극이 드러낸 ‘임신 중 가정폭력’ 위험
전문가들 “가장 취약한 시기 중 하나”
워싱턴주 아번에서 임신 27주였던 여성이 남편이 쏜 총에 숨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임신 중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과 출산 시기가 오히려 친밀한 관계 폭력이 처음 나타나거나 심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기라고 경고하고 있다.
킹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차란프릿 싱 왈리아(36)는 지난 3월 13일 자택에서 말다툼 끝에 아내 나브닛 카우르(37)를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카우르는 첫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수사 문서에 따르면 왈리아는 범행 후 911에 직접 전화해 아내를 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500만달러 보석금이 책정된 상태로 수감 중이며, 1급 살인과 태아 사망과 관련한 1급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재판은 오는 7월 열릴 예정이다.
지인들에 따르면 카우르는 출산을 앞두고 초음파 사진을 집 안에 걸어두고 아기 옷을 준비하며 첫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임신 여성에 대한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이거나 출산 직후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살해 위험이 3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 관련 여성 살인 사건의 절반가량이 배우자나 연인에 의한 폭력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가정폭력 전문가들은 임신이 관계 내 권력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신한 배우자에게 관심이 집중되자 일부 가해자가 통제력을 잃는다고 느끼며 폭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주 가정폭력·성폭력 연합 관계자는 “임신은 피해자가 특히 취약해지는 시기이며, 그 취약성이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문서에 따르면 왈리아는 말다툼 과정에서 아내에게 무시당했다고 느꼈고, 이후 차량에 있던 권총을 가져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트럭 운전사였으며 반자동 소총 2정과 권총, 리볼버 등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임신 중 가정폭력이 신체적 폭행뿐 아니라 경제적 통제, 의료 지원 거부, 임신·낙태 강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많은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해 실제 사례는 통계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주에서는 최근 유사 사건도 잇따랐다. 지난해 야키마에서는 임신한 여자친구를 폭행한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긱하버에서는 여자친구에게 몰래 낙태 유도 약물을 투여한 사건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상담과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 안전망 연결이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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