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성교] 엄마1
- 21-08-08
김성교(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엄마1
아흔 넘은 엄마의 다른 이름은
안나 할머니입니다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인 안나는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엄마의 마음은 지금도 비어 있습니다
계절보다 앞서가는 엄마의 시간입니다
몇 번의 계절을 더 견딜 수 있을지요
노인 아파트에서는 이승과 저승 사이가
닿을 듯이 가까이 있습니다
이제 옆집 할머니가 실려 나가도
구슬 나무 묵주가 한 바퀴 돌고 나면
다시 일상입니다
낼 아침에는 깨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매일 밤 소원이라고
북창동 순두부집이 맛이 제일이니
문상 오신 분들 식권 잊지 말고 드리라고
성당 사무장에게 제일 먼저 알리는 것이 시작이라고
반닫이 서랍 밑에 꼬깃돈 숨겨 둔 곳 알려주며
먼 거리 하신 분들 여비 보태 드리라고
엄마는 드라마 대사처럼 말합니다
마음이 걸리어 순서대로 적어 보니
엄마의 장례식이
텔레비전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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