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세’ 워싱턴주 소득세 논쟁 재점화했다

1933년 대법원 판결이 여전히 최대 장벽…“위헌” vs “판례 뒤집어야”

 

워싱턴주에서 고소득자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려는 이른바 ‘백만장자 소득세’ 논쟁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의 중심에는 90여년 전 내려진 한 판결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워싱턴주는 실업자가 노동자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시애틀에는 판잣집이 들어섰고 올림피아 주의사당 앞에서는 굶주림을 호소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32년 유권자들은 전국적인 개혁 흐름에 맞춰 민주당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을 선택하고, 동시에 소득 수준에 따라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 소득세도 압도적으로 승인했다.

그러나 소득세 신고서가 발송되던 1933년, 워싱턴주 대법원은 5대4 판결로 이 세금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컬리턴 대 체이스(Culliton v. Chase)’ 사건으로 불리는 이 판결은 소득을 헌법상 ‘재산(property)’으로 규정하며 누진세율을 금지했다. 주 헌법은 재산세를 동일한 세율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을 재산으로 본다면 누진 소득세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논리였다.

이 판결은 이후 워싱턴주의 독특한 세금 구조를 낳았다. 현재 워싱턴주는 소득세 대신 판매세와 기업세 의존도가 높아 미국에서도 가장 역진적인 세제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세 부담을 지게 된다는 비판도 이어져 왔다.

최근 민주당이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9.9%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논쟁은 다시 불붙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 3만 명의 납세자에게 적용되며, 연간 약 4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 징수는 2029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화당과 반대 진영은 이 법안이 1933년 판례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 소속 전 워싱턴주 법무장관 롭 맥케나는 “주 헌법의 명확한 의미와 충돌하는 법안”이라며 위헌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당시 판결 자체가 잘못된 법리 위에 세워졌다고 주장한다. 워싱턴대(UW) 법학 명예교수 휴 스피처는 “당시에도 대부분의 주는 소득을 재산이 아니라 ‘흐름 속의 돈’으로 보았다”며 판결의 논리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유권자들은 이후에도 소득세 도입을 여러 차례 거부해 왔다. 2010년 고소득자 소득세안은 39개 카운티 중 38곳에서 반대하며 크게 부결된 바 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반대 측은 다시 주민투표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부 의원들은 헌법 개정을 통해 소득세 도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래된 판례라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오랜 법적 판례가 뒤집힌 사례가 적지 않다. 스피처 교수는 “판례는 법의 안정성을 위해 중요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도 있다”며 “워싱턴주의 소득세 문제 역시 결국 법원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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