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세탁소, 4분의 1 문 닫았다”
- 21-08-03
LA타임스 “한인 이민자들의 꿈 상징 세탁업, 코로나로 쇠퇴”
캘리포니아서만 1,000개 이상 폐업…1세대 은퇴로 내리막 계속
워싱턴주도 사정은 마찬가지, 폐업 세탁소 크게 늘어
최근 세탁이 필요없이 집에서 빨래를 하는 옷감이 만들어진 의류가 많아진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까지 늘어나면서 한인 주력업종인 세탁소가 큰 타격을 받아 폐업을 하는 세탁소가 급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신문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타임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한인 세탁업의 피해를 다룬 특집기사를 지난 31일자로 게재했다.
“한국 이민자들에게 오랫동안 성공의 길이었던 세탁소가 팬데믹으로 고전하고 있다(Long a path to success for Korean immigrants, dry cleaners struggle in the pandemic)”는 제목의 이 기사에 따르면 현재 남가주 한인세탁소 가운데 4분의 1 가량인 900개 업소가 이미 문을 닫았다.
◇매출 최대 80% 이상 줄어…”간신히 버티는 중”
신문에 따르면 한인들은 지난 1980년대말에는 남가주 세탁소의 80% 가량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현재도 60% 이상인 3500개 가량이 한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신문과 인터뷰한 패서디나 아로요 세탁소의 김윤동, 스테이시 김 대표 부부는 “한인 1세대들은 아이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많은 시간을 일했고 거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면서 “많은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세탁소를 소유하는 것이 자녀 세대를 교육하고 그들의 앞날을 열어주는 성공의 길로 여겨졌다”고 전했다.
남가주한인세탁협회 회장이기도 한 김윤동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입이 최대 80% 이상 급감했었고 현재도 팬데믹 이전보다 30% 이상 매출이 줄었다”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문은 “한인 세탁업의 쇠퇴는 사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노령화하는 한인 1세대 업주들이 노동집약적인 세탁업종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어졌고, 자녀들에게 세탁소를 물려주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아메리칸 드림’…지금은 은퇴도 못하게 하는 애물단지
셔먼오크스에서 폭시 클리너를 운영하는 타미 조씨(72)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외동딸을 뉴욕대에 보냈지만 현재는 이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매출 때문에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조씨는 연방 정부의 코로나19 구제자금을 지원받아 간신히 운영을 해왔지만 현재는 개인 저축마저 바닥난 상태이다.
조씨의 딸인 태미는 “부모님은 너무 열심히 일했고 이 가게를 통해 우리 가족을 부양했다”면서 “하지만 이 가게 때문에 현재 은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채 윤씨(52)는 마리나 델 레이의 세탁소에서 월 1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다 당뇨와 탈진으로 쓰러진 뒤 결국 가게를 팔았다. 이후 3년간 휴식을 취한 뒤 코스타 메사의 크라운 세탁소를 구입했지만 곧바로 코로나 팬데믹을 맞게 됐다.
윤씨는 “외동아들인 사무엘이 공부도 잘했고 UC버클리에 진학해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했었다”면서 “하지만 사무엘은 팬데믹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해 4월7일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같은 이민자 부모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 아들 사무엘의 죽음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동시에 자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들에게 감사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아들도 나 처럼 쉬지 않고 공부하고 무슨 일에든 열심이었지만 우리는 사실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세탁소에 보일러와 각종 세탁장비를 제공하는 LA 클리너스 마트의 찬 노(66) 사장은 “장비를 교체하려면 최소 1만달러에서 최대 10만달러가 필요한데 팬데믹 기간 동안 누구도 이같은 지출을 하기 힘들었다”면서 “지난해 매출이 예년보다 8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 1980년 서울에서 LA로 이민한 노 사장은 “(한인들의) 세탁업은 내 세대와 함께 끝나고 있다”면서 “그래도 자녀들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으니 괜찮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워싱턴주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내 세대와 함께 끝날 업종”
워싱턴주 세탁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몇년 전까지만도 해도 1,000개 넘었던 한인 세탁업계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았거나 베트남계 등에게 인계를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가주한인세탁협회도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Change.org)를 통해 연방의회에 세탁업종에 대한 긴급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까지 900명 이상이 서명한 이 청원에서 협회는 “북가주 지역의 한인 세탁소 400곳 가운데 150개 업소가 팬데믹으로 인해 폐업했다”면서 “미주한인세탁업총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1만5000개 한인 세탁소 가운데 30% 가량이 이미 문을 닫았고, 20%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지원이 세탁업계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LA타임스는 “세탁업에 종사하는 중년 및 노년 이민자들은 재정 파탄의 벼랑 끝에 서 있고,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사무실 복장도 간편하게 바꾸면서 세탁소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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