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소희] 미지 未知

김소희(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미지 未知

 

봄은 쉽게 오지 않을 거예요


부시시한 머리카락처럼 분절된 종로3가 지하철역, 터진 입술로 그녀가 힘겹게 웅얼거렸다 몸을 웅크려 넣은 모서리가 벌어진 박스 안, 묘실 같은 세상은 철들어도 잘라내야 하는 갈변된 사과처럼 문드러져 있다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 온기를 지킨 골판지 박스에서도 누렇게 운 흔적이 보인다 슬픔과 흡사한 감정의 안료를 뒤섞어 놓은 두려움, 갈 곳 잃은 검은 비닐이 냉기 올라오는 바닥을 가리고 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꽃샘추위는 쉽게 옮길 수 없는 허공 같았다 추락을 보여주는 창처럼 뚫린 박스 구멍, 그녀는 처음으로 그 구멍이 더 가까이 와 달라는 눈빛이길 바랐다


새로운 풍경은 그녀의 몫이 아니었다


미지는

찢고 달아나는 것들로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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