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문창국] 나를 놓았다

문창국(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나를 놓았다


빛이 서산으로 넘어갔다

너만 바라보던 나는 정말에 휩싸여

어둠이 몰려 있는 나무 아래

너를 보내지 못하고 서 있다

네가 떠난 뒤의 빛의 잔광이

내 충혈된 눈물과 함께 서산에 걸렸다


어둠에 먹혀

두려운 듯 몸을 도사린 여린 꽃나무

무리 지어 어둔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

바짝 엎드려 발 밑까지 조여 오는 어둠이 

다행스럽게도 내 고통스런 얼굴을 지운다


바람은 갑작스럽게 

이별을 몰고 온 것이 아니다

단지 바람은 슬픔에 익숙해서

내 처진 어깨를 토닥이며 스쳐 지나갈 뿐

고요 속에 잠들었던 옥수수 밭의 평화가 위태롭다


나는 절망의 눈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온 별무리

빛을 놓으니 어둠이 쌓이고

고인 어둠 속에 별들이 뿌리를 내렸다


아!

나는 나를 놓았다

무장해제 된 내 속으로 너의 습격을,

새벽처럼 뿔쑥 내 앞에 나타나기를 

말도 되지 않는 일이 내 앞에서 펼쳐지기를

필연이 안면 우연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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