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파괴해놓고 기후대응"…원주민들 브라질 COP30 급습

수십명 회의장 진입 시도…"불법채굴·벌목·석유탐사 그만둬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회의장에 원주민 시위대가 난입해 경비원들과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엔 기후회담에서 폭력사태 발생은 이례적이다.

AFP통신, 로이터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저녁 브라질 원주민 시위대와 지지자들 수십 명이 COP30 회의장인 벨렝 콘퍼런스홀 정문의 보안 장벽을 뚫고 경비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시위대는 원주민 전통복장으로 '우리 숲을 팔 수 없다' 등 현수막을 흔들며 회의장의 고위급 구역 '블루존' 진입을 시도했다. 경비원들은 시위대를 밀쳐내고 블루존 입구에 테이블과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치며 시위대의 회의장 난입을 저지했다.

이날 시위에서 투피남바 부족 지도자 나토는 상기된 목소리로 "우리는 돈을 먹을 수 없다"며 "우리 땅이 농업, 석유탐사, 불법 채굴과 벌목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기후변화 대변인은 이 사건으로 "경비원 2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고, 회의장에도 경미한 손상이 발생했다"며 "브라질과 유엔 경비요원들은 모든 보안 규약을 준수하며 회의장 보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브라질과 유엔 당국은 COP30 협상이 회의장에서 그대로 진행되지만, 행사장 정문은 수리를 위해 다음날 아침 다시 문을 연다고 전했다.

원주민들은 이날 시위에서 원주민 토지에 대한 법적 보호를 제공해달라고 브라질 정부에 요구했다.

브라질 원주민 약 170만 명은 농업과 목축 등을 위해 아마존 숲에서 벌어지는 삼림 파괴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COP30 행사가 원주민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공언해 왔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올해 COP30 협상을 앞두고 원주민 사회가 핵심 참여자가 될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한편으로 농업 기업들의 로비에 밀려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벌채된 아마존 지역에서 생산된 대두 구매를 금지하는 '콩 모라토리엄'을 지난 8월 중단했다. 지난달에는 룰라 대통령이 경제적 이유를 들어 아마존강 하구의 석유탐사를 승인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마리아 클라라는 원주민들의 고난에 관심을 촉구하고 싶었다며 "이들은 COP가 끝난 후에도 파괴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에 항의하려고 COP30 회의장에 진입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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