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세 세계 최고령 저자' 김형석 교수 "인간, AI에 지배 당해선 안돼"

12일 신간 '김형석, 백 년의 유산" 기자간담회
건강한 모습·정정한 목소리로 삶의 철학 들려줘

 

"100세 넘는 사람들의 두 가지 공통점은 남 욕하지 않고 화내지 않는 것입니다."

1920년 4월생으로 만 105세이자 세는 나이 106세인 국내 최고령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세상을 향해 100여 년의 사유를 담은 통찰을 전했다.

김형석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해 공동체로 확장되는 '인간의 길'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건강한 모습으로 행사에 참석, 정정한 목소리로 책에 관해 이야기했다.

지난해 9월 기네스 기록까지 인증받은 세계 최고령 저자 타이틀을 거머쥔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오랜 세월의 사유를 바탕으로 '인간의 품격'에 대해 전했다.

김 교수는 "사람은 인격이 있어야 존경을 받는다"며 "인격을 갖추려면 '인간다운' 인간이 돼야 한다는 인생의 깨달음을 담은 책을 출간하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0여 년의 삶도 회고했다. 20대에는 도산 안창호 같은 정신적 지도자가 되기를 꿈꿨다고 밝혔다. 30대에는 60~70대 삶의 자화상을 그리며 인생의 가치관을 만들어 나갔다고 했다. 또한 의미 있는 뭔가를 남기고자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나이는 들었지만 지금도 정신이 늙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백 년의 유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11.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백 년의 유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11.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날 김 교수는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가'에 대해 "인간다운 삶의 키워드는 '사랑, 양심, 자유, 감사'"라고 단언하며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106세 철학자에 따르면 '사랑, 양심, 자유, 감사'는 단순한 덕목이 아니다.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해 공동체 전체로 퍼져나가야 할 '인간의 길'이자, 궁극적인 윤리로 확장돼야 할 선언이다.

김 교수는 "인생은 자신을 키우고, 사랑의 나무를 키우는 것"이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갈등과 경쟁이 적은 사회를 바랐지만, 지내놓고 보니 오히려 갈등과 경쟁이 있어야 삶이 추진될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성찰했다.

AI에 관한 생각도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AI가 주어진 것을 정리하는 기능이 뛰어나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에는 유용하지만, 인문학은 아예 하나의 답 자체가 없기 때문에 AI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신의 주인은 오롯이 인간이며, AI에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국가와 사회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나라다운 나라'는 권력이 아닌 법의 원리에 따라야 하며, 더 나아가 정신적 가치와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간의 가치, 인권, 존엄성 등 휴머니즘이 연결하는 큰 흐름이 근저에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백 년의 유산 (21세기 북스 제공) 백 년의 유산 (21세기 북스 제공)

 

보통 사람은 겪어보지도 못할 긴 세월을 살아온 김 교수는 급이 다른 통찰을 펼쳤다. 그는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닌 완성으로, 외롭기만 할 것 같은 고독을 오히려 깊은 사유의 근원으로 읽어냈다.

김 교수는 "인간이란 원래부터 완성을 찾아 미완성에 머무는 존재"며 "매사에 감사를 잊지 말고, 끝까지 인간다움과 선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강의 비결에 관해선 정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체력 소모와 감정 낭비를 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특히 정신적 건강을 강조하며 "100세 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남을 험담하지 않고 화를 내지 않는 것"이며 "정신적인 건강은 늙지 않으며 독서, 일하기, 그리고 좋은 신앙이 인간적으로 늙지 않고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0년간 한국 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으로 (창조 능력을 내포한)'자유'를 꼽았다. 동시에 오늘날 가치관 상실로 인한 공동체와 국가의 분열 심화, 휴머니즘 상실을 우려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진실과 선을 택해야 한다고 말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김형석, 백 년의 유산'은 무너져가는 인간성 회복을 바라는 김 교수의 철학, 종교, 삶과 죽음, 사회와 공동체를 아우르는 100여 년의 사유를 담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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