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하나님의 침묵
- 21-07-12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하나님의 침묵
잉거솔(Ingersoll)이라는 독일의 유명한 무신론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강연에서든지 “하나님이 없다”고 외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무신론 강연에 열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연이 절정에 이르자 갑자기 자기가 차고 있던 시계를 풀더니 하나님에 대한 도전장을 냈습니다.
“하나님이여, 나는 당신에게 5분이라는 시간을 주겠소. 나는 5분 동안 당신을 저주할 것이오. 만약 당신이 살아 있다면 나를 저주하고 형벌을 내리시오.”
그리고 그는 5분 동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로 하나님을 저주하고 모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5분이 지났는데도 자신에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자 그는 더욱 의기양양해져 외쳤습니다. “여러분, 저를 보십시오. 이만하면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때 그의 강연장 뒤편에 있던 한 노인이 서서히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감히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계시다고 믿는 한 그리스도인이오. 내가 감히 당신의 연설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면 오늘 당신은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오. 단지 당신이 하나님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증명했을 뿐이지요. 내가 믿고 경험한 하나님은 내가 그분을 떠나서 거스를 때 책망하시고 때로는 징계까지 하셨던 분이시오. 하나님께서는 그의 자녀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시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오늘 하나님은 당신에 대해서 침묵하셨소. 그분의 침묵은 곧 당신이 그의 자녀가 아니라 버림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우리 하나님의 침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체험적 신앙을 가진 노 신사의 그 말은 백 번 옳고 바른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한 잘난 인간이 없다 한다고 없는 분이 아니십니다. 다만 그 스스로 하나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버림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뿐입니다.
사도 바울은 “또한 저희가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저희를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버려 두사 합당치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로마서1:28) 라는 말씀하셨습니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왜 침묵하시는지 여러 방면으로 그 해답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침묵은 관계의 단절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사랑하게 되면 별것 아닌 이야기도 재미가 있으나 사랑이 멀어지면 그 어떤 이야기에도 귀를 막고 무관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말이 줄어들면 이미 사랑이 식었다는 반증입니다. 이 같이 하나님께서도 우리들에게 침묵하시게 되면 이미 관계가 단절되었기에 기도를 해도 응답이 없고 간절히 찾아도 만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단절의 역사가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나타나는 것일까요? 하나님은 이에 대한 설명을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었던 사울을 통해 자세하게 보여주고 계십니다.
사울은 왕이 되기 전에는 매우 겸손한 사람이었으나 왕이 된 후에는 자만과 교만으로 변절하여 하나님의 말씀이라도 거역하고 스스로의 길로 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중 블레셋이라는 강력한 나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전장에 나가본 사울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였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왕은 비로소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어떤 것으로도 응답하지 않으시고 침묵하셨습니다. “사울이 여호와께 묻자오되 여호와께서 꿈으로도, 우림으로도, 선지자로도 그에게 대답지 아니하시므로.”(사무엘상28:6)라는 말씀과 같이 말입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입을 닫으신 것은 이미 그와 같은 교만과 불순종으로 하나님을 떠난 사울을 버리기로 작정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사무엘상15:26).
그랬습니다. 하나님은 결국 그 전쟁에서 사울과 그의 아들들이 몰사하는 비참한 심판을 하셨습니다. 날이 새기 직전인 새벽 미명이 가장 어둡습니다. 불러도 대답 없는 고요한 침묵은 그래서 더 두려운 법입니다. 하나님과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고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모시고 사는 삶은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생이 됩니다. 침묵이란 사랑이 단절된 가장 말없는 말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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