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박보라] 땡큐, 노 땡큐
- 25-06-22
박보라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장)
땡큐, 노 땡큐
곤란하다. 생선 요리를 즐기지 않는 내게 일식집을 가자고 할 때마다 난 종종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물론 거절하기 어려울 땐, 일식집에 가서 돈가스나 냄비우동을 먹을 때도 있다. 그러면 꼭 듣는 소리, 이런 좋은 데 와서 왜 그런 걸 먹어요? 그러면 다시 한번 난감한 표정으로 답한다. 그러게요, 제 입맛이 참 촌스럽죠?
스스로의 기준이지만, 내겐 ‘그냥’ 감사와 ‘불편한’ 감사가 있다. 상대방의 호의가 내게도 좋고 편안하다면 그냥 감사, 상대방의 선의가 느껴지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면 불편한 감사가 된다. 물론 어느 쪽이나 내게 좋은 마음으로 제안해 주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지만 때론 정말 죄송한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거절해야 할 때도 있다.
내가 자랄 때 만해도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참 고마운 것이었다. 세탁기나 전자레인지, 청소기 같은 기계의 발명은 집안일로 수고하던 손을 덜어줬다. 또한, 휴대전화는 언제 어디서든 서로 연락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뿐인가. 컴퓨터와 인터넷은 각종 문서 작업과 자료 전달, 수많은 정보 제공을 통해 사람들의 일을 더 빨리,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도와줬다. 분명히 편리한 세상이 됐고, 그 편의를 누리며 과학 기술의 발전을 기쁘게 여겼다. 하지만 요즈음 과학 뉴스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스페이스 엑스의 우주여행 프로젝트인 폴라리스 던이 성공했다는 뉴스를 읽었다. 앞으로 2년 안에 스타십, 무인 우주선 5대를 화성으로 발사하고, 2050년까지 100만 명을 그곳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들의 슬로건은 지구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닌 우주를 여행하며 별들 사이를 누비는 미래를 살자는 것이었다. 이것을 들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으로 갈렸다. 지구의 기후 환경도 안 좋아지고 있는데, 좋은 대책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인간이 과연 지구가 아닌 곳에서 장기적으로 살 수 있겠냐는 것이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운영하는 바이오스피어2라는 폐시설물이 있다. 1991년, 우주 개척 시대를 꿈꾸며 실행된 실험이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 인간이 만든 생태계를 꾸며놓고 그 안에서만 생존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원래 계획은 100년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2년만에 그들은 완전히 실패했다. 지구 환경과 비슷하게 열대 우림도 만들고, 사막과 바다도 인공적으로 만들었다. 각종 식물과 산호초, 척추동물들도 함께 넣고 스스로 경작하여 자급자족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생태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햇빛양이 조절되지 않았고, 흙 속 박테리아는 이상 증식했다. 그러자 곤충들과 동물들이 죽어 나가고 연구원들이 먹을 양식 역시 줄어 들었다. 인공 생태계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한몫을 했다. 결국 내부 갈등과 정신적 문제까지 더해져 이 프로젝트는 종결됐다.
며칠 전엔 또 다른 뉴스도 읽었다. 일본 모 대학에서 인공 자궁을 개발했다는 소식이었다. 탯줄 대신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인공 장치가 연결되고, 아기의 건강 상태는 인공 지능이 관리한다. 실제 염소 배아를 이 인공 자궁 안에서 몇 주 동안 키워냈다. 이 기사 아래엔 저출산, 노산, 미숙아, 난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기뻐하는 이들의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일부는 임신과 출산이 단순히 생명 생산에만 있지 않으며 엄마와 아기의 유대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공장식으로 찍어내는 생산 과정이 비윤리적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 관점을 내놨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와 같은 무수한 작품들이 이미 이 시대를 그려내고 있지 않았나. 또한 현실 속에서도 이미 대리모, 유전체 편집 기술, 인간 복제 등의 과학 기술들은 여전히 인간 윤리의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휴머노이드는 어떠한가. 10년 안에 우리는 자동차처럼 2만 불 대의 휴머노이드 한두 대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올해 벌써 상업 시장에 1만 대를 풀고 차후에 각 가정으로도 넣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인류가 꿈꿔왔던 육체노동에서의 완벽한 해방이 이루어질 날이 코앞에 다가온 셈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인간의 실직, 노동의 신성함에 대한 도전, 프라이버시, 통제 불능 같은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이런 것에 비하면 사이보그는 아주 작은 문제일 지도 모른다. 사이보그는 뇌, 심장 같은 중요 장기를 뺀 나머지를 기계 같은 다른 것으로 개조한 인간인데 인공 장기 시대를 연 요즈음, 그러면 우리는 어디까지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고민이 든다. 돈 주고 계속 장기를 바꿔 나간다면 인간은 언제까지 생명 연장이 가능할까. 그렇다면 줄기세포 기술은? 생각할 수록 끝이 없다.
인류를 위해 존재하던 과학 기술이 점점 누굴 위한 것인지 모호해진다. 어쩌면 감사한 과학의 시대는 종말을 맞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난 현대 과학 기술에 곤란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촌스럽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그리고 죄송하지만, 전 사양하겠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페더럴웨이 학생들, 서울서 한국학생들과 공동수업
- 한인추정 시애틀 20대여성, 1년간 은행 10곳 털었다
- 시애틀지역 한인 고교생 ‘청소년들을 위한 행사’ 기획해 화제
- 대한부인회 임직원 피크닉으로 하나됐다
- 21기 평통시애틀협의회,서은지총영사와 마지막행사
- 시애틀시의회 5선거구에 줄리 강 등 모두 22명 지원해
- 김유진 음악협회회장, 광복80주년 기념 오페라 주연으로
- 린우드한식당 아리랑2.0, 삼복 보양식 예약받는다
- 설미영씨 갤러리 B612, 시애틀아트페어 참가한다
- 시애틀영사관 일반행정직원 채용한다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12일 토요산행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 12일 토요산행
- [하이킹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12일 토요산행
- 상담소 "푸드뱅크용 그로서리백 기부받아요"
- 시애틀 한인마켓 주말쇼핑정보(2025년 7월 11일~7월 17일)
- [부고] 페더럴웨이 선교교회 최영완 권사 향년 85세로 별세
- 상담소, 발달장애 성인 및 가족에 주거 및 생활정보 지원
- 성민우작가, 시애틀아트페어 참여…”금빛 사유, 자연의 숨결을 담다”
- 한국어ㆍ영어 이중언어 드림트리 유아원 ‘인기 만점’
- 타코마한인회 제80주년 광복절기념 축제한마당 개최한다
- 김미라작가 문하생 12인 전시회- “그림은 이민 삶의 위로이자 희망”(영상)
시애틀 뉴스
- "주 4일 안나올거면 그만둬라"…美스타벅스, 재택근무에 칼빼
- 워싱턴주 농장노동자 이민단속에 자진출국 결정
- 바슬시 "차량 줄이고, 사람중심 도시 만들겠다"천명
- 타코마지역 셰리프국 간부가 음주운전으로 임산부 태운 차량 들이받아
- “모기지 금리높아 올해는 집 안 판다”
- 시애틀 방화살인범 잡고보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시애틀 라임전동킥보드 이용 사상 최고 기록했다
- 100년 역사 타코마 목재공장 대형 화재
- 아마존 올해 '프라임데이' 매출 전년비 30% 증가
- 시애틀 워터프론트 새 명소 ‘피어58’ 25일 개장한다
- 미국 시민권 가진 어린이 4명 워싱턴주 체포돼
- 시애틀 매리너스 롤리, 홈런 두방 ‘쾅쾅’- 새기록 썼다
- 시애틀 범죄율 41% 급감했다… “경찰 때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