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원정] 체리 토마토를 위한 망원경

이원정(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체리 토마토를 위한 망원경 

 

알맹이들이 줄기 따라 방울방울 깜빡이는구나

애썼네 이제 시원한 물을 아낌없이 뿌려 까치발 동동대던 시간 멀리 흘러가게 해줄게

한 손 말고 두 손으로


너의 얼굴은 토마토 그런데 너의 이름은 체리

체리나무에 올라가 보았니

하늘을 만져본 적이 있었기를 꿈에라도


밤나무도서관 사다리를 빌려줄 테니 나무 틈에 한소끔 잠든 바람의 긴 이야기에 볼을 대보렴

갈릴레오 망원경이 필요할지도 몰라 별을 만나려면

그래도 다행이야 천둥 치는 대항해의 밤바다보다는 우리동네 나무 위가 한결 포근할 테니


나는 너의 꿈같은 이름이 적힌 이 상자를 피아노 손가락 끝으로 기억할 거야 

별과 함께 영근 체리 토마토 모험담을 노래하고 싶어서


오늘따라 언 땅을 딛은 보드라운 맨발이 시리지 않다고 잊지 말고 써두어야겠네 

망원경을 품에 안고 있으니까 꿈에서도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