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판 '박종철 사건'…자해로 사망했다던 블로거, 경찰 손에 숨졌다

체포 직후 유치장에서 숨져…부검서 폭행 사망 결론

케냐 대통령 "참담"…경찰청장 사과, 시민 항의 시위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지난 주 경찰이 자해 끝에 사망했다고 주장한 블로거 알버트 오쥐왕이 사실은 경찰 폭행에 의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루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오쥐왕의 사망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면서도 이같이 전했다.

루토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랜 기간 이어져온 초법적 처형과 실종 문제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31세의 블로거 오쥐왕은 지난 6일 서부 호마베이 지역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그가 온라인상에서 케냐 경찰 부국장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경찰서 유치장에서 "벽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검을 실시한 병리학자 버나드 미디아 박사는 "두부 손상, 목 눌림, 연조직 손상 등은 폭행으로 인한 사망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경찰 감시 기구인 '독립경찰감독청'(IPOA)은 수사에 착수해 오쥐왕을 체포하고 수도 나이로비 중앙경찰서로 이송한 경찰관 5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경찰청장 더글러스 칸자는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오쥐왕이 자살했다는 경찰의 초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과했다.

정치·사회 이슈를 다뤄온 인플루언서인 오쥐왕의 죽음은 인권단체들의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시신이 부검을 위해 안치된 나이로비 시립 영안실 앞에서는 시민들의 항의 시위도 벌어졌다.

루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 비극적인 사건은 경찰의 손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참담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IPOA 부위원장 앤 완지쿠는 상원 청문회에서 "오쥐왕이 체포된 이틀 뒤인 8일 경찰이 그를 병원에 데려갔고, 의료진은 그 자리에서 사망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IPOA는 오쥐왕의 부검에도 참관했다고 밝혔다.

킵춤바 무르코멘 내무장관은 상원에 출석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모든 관계자가 신속하게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며 "어떠한 외압도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냐에서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인권 탄압이 사회적 화두다. 루토 대통령은 그간 국민적 분노에 직면해 경찰의 인권 침해 근절을 수차례 약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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