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문해성] 로즈라테 후폭풍
- 25-06-09
문해성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로즈라테 후폭풍
예쁜 유리잔에 우유와 커피 거품의 경계가 신선함을 담았다. 그 위에 장미를 얹어서 마음을 전했다. 오! 로즈라테. 남편이 만들어 준 로즈라테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눈물이 날 뻔했다. 유럽 여행에서 돌아와 시차 적응이 막 되어가고 있던 때였다. 이것을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만드는 법을 찾고, 재료를 주문하며 부산하게 움직였을 남편을 생각했다. 여행에서 행복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고마운 마음에 그가 보는 앞에서 바로 한 모금 마셨다.
눈으로 봤을 때는 분명 똑같아 보였는데 맛은 완전히 달랐다. 그의 노력을 생각해서 티 안 나게 마시려 했지만, 표정을 들켰나 보다. 직접 맛을 보더니, 이거 아닌데 하며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 가져갔다. 그리고 남편의 로즈라테 만들기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억의 맛을 찾아 우유 2리터가 바닥이 보일 때까지 반복하고 있었다. 끝낼 줄 모르는 남편의 열정에 피곤해졌다. 무엇보다 시음으로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마실 지경에 이르렀다. 마지막 잔을 억지로 다 비우고 정말 똑같다며 그의 실험실을 나왔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몰랐네. 드디어 포기했나 싶던 어느 날 벨뷰에 한 커피숍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스토리 커피라는 가게 이름이 좋았다. 아늑하고 편안한 가구와 소품들도 맘에 들었다. 중요한 건 로즈라테가 그 집 메뉴에 당당하게 올라와 있었다. 특별한 보물이라도 찾은 듯 기뻤다. 기대가 확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반 머그컵에 담겨 나온 탓인지 마시기도 전에 실망했다. 차라리 남편이 만든 게 더 맛있다고 생각했다.
유럽 여행은 다리 힘이 좋아야 한다고 하던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로즈라테를 만난 건 휴식을 위해 잠시 들른 런던 한 카페에서였다. 메뉴판 중간쯤 물결모양 액자 틀 안에 특별메뉴처럼 그림과 함께 들어 있었다.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 같았다. 원래 달콤한 라테를 좋아하지만, 로즈라테는 이름도 생소하고 마셔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보는 순간 바로 결정했다 첫눈에 반한 것처럼. 아름다운 이름에 끌렸는지, 나의 빠른 결정이 맛을 보장한다고 생각했는지, 남편도 같은 것을 주문했다. 평소 라테를 마시지 않는 남편이라 괜찮겠느냐고 확인까지 해야 했다.
로즈라테는 무슨 맛일까? 음미하듯 천천히 한 모금을 넘겼다. 순간, 눈이 번쩍 떠지면서 여태껏 라테를 기억하는 내 몸의 오감이 반란을 일으켰다. 세상에 이런 라테가. 이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길래. 우유 커피 거품의 조화, 그 위에 뿌려진 바삭한 장미잎, 마시는 순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마법을 가졌다.
와, 맛있는데. 그의 동공이 커지면서 하는 말이다. 남편이 생각하는 라테와도 달랐나 보다. 그렇지! 장미향이 이렇게 진하게 퍼지는 라테를 당신과 함께 마시다니 이건 행운이야. 내 수다에 남편도 맞장구를 쳤다. 런던에서 우리의 즐거웠던 시간 속에 행복한 웃음소리와 로즈라테 향도 함께 기록하고 싶다.
우리는 두 번 더 그 카페를 찾았다. 런던에 간 첫날 로즈라테를 만났다면 아마 난 매일 가셔 마셨을 것이다. 돌아다니다 일부러 티타임을 만들어 그곳에 갔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차로 몇 시간을 달려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서 먹고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허풍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맘을 이해할 것 같다.
런던에서 파리로 건너와서도 머릿속에서 그 맛과 향이 떠나지 않았다. 음식의 나라에 걸맞게 파리에서 음식은 무엇을 주문해도 실망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문득문득 로즈라테를 그리워했다. 카페에 들를 때마다 찾아봤지만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찾지 못했을 뿐, 파리 어느 곳에 정말 맛있는 로즈라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그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감동이다. 런던에서 마셨던 로즈라테에는 여행의 설렘과 장소, 시간의 여유가 담겨 있어서 그렇게 맛있었나 보다. 남편이 만든 로즈라테에는 함께 한 추억과 사랑을 꾹꾹 눌러 담아서인지 더 깊은 맛이 나는 것 같다. 한동안 그가 만들어 준 것을 계속 마시다 보니 처음 런던에서 마셨던 로즈라테 맛이 가물가물하다.
이 맛이었나. 당신이 만든 게 더 맛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진짜 맛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시 런던에 가는 수밖에 없겠어. 로즈라테 때문에 또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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