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성호] 미련 未練

이성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미련 未練


삼고궤적 三苦軌跡 지나온 만년의 소상

지금쯤 하얀 날갯죽지를 가진 새가 되어 어딘가를 날고 있겠지

동전 양면 같은 꿈의 반란이 날이 밝도록 문장을 어지럽히고 

일상을 뛰어넘는 불문율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구약을 통해 전해지던 해법의 선명함이 해가 뜨는 시간이면 더했다 

누군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호수에 던진 돌이 끊임없이 파문을 일으키고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복도를 지나도록 마주보며 걷는데도 

서로의 키가 다른 나무들 사이로 혼자일 수 없다는 것을 

새하얀 목련이 속살을 드러내는 화사한 봄날 저만큼 물러나 앉은 행낭 속에서

겨울은 아직도 숯을 굽고 있다

망설이며 꾸겨놓은 종잇장으로 또 한 해를 밀어내며 

불사조처럼 같은 항적만 되풀이하며 날고 있다

쉼 있는 시간 또 다른 뚜껑을 열면 나를 향해 오던 해악이 온유와 함께 

바람 그친 평원에 잠들어 있음을 본다

만세에 이르러 장황한 설명이 요구되는데도 단편의 부연만을 고집하고 

기억만큼이나 소중하고 값진 것들이 이어지는 삶을 채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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