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비만약 시대 온다…주사제 중심 시장 '지각변동'

경쟁사 개발 중단 속 릴리만 임상 3상 지표 달성…독주 구도 형성

경구 GLP-1 오포글리프론, 체중 감량·혈당 개선 효과 입증

 

글로벌 제약사 릴리(Eli Lilly)가 경구용(GLP-1 수용체 작용제)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 임상 3상에 성공하면서 기존 주사제 중심 비만약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최근 암젠과 화이자 등 경쟁 빅파마들이 잇따라 먹는 비만약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힌 직후여서 관심이 더 집중됐다.

릴리는 17일(현지시간)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 ‘ACHIEVE-1’의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시험에서 오포글리프론은 40주간의 투약 끝에 최고 용량군에서 평균 7.9%의 체중 감량을 유도했으며, 당화혈색소(A1C) 수치도 평균 1.3~1.6%p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전체 참가자의 65% 이상이 A1C 수치를 당뇨병 진단 기준 이하(6.5%)로 낮췄다.

이번 3상은 릴리의 경구용 GLP-1 치료제가 처음으로 중추적인 임상 지표를 충족하며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주사제 기반의 GLP-1 계열 치료제는 이미 비만 및 당뇨병 치료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복약 부담과 주사 기피 등으로 복약 순응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오포글리프론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알약 형태의 치료제로, 하루 1회 복용하는 방식이며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하다. 이번 임상에서 약물의 유의미한 체중 감소 및 혈당 개선 효과가 확인되면서, 환자 접근성과 복약 편의성 측면에서 기존 주사제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결과는 경쟁사들이 경구형 GLP-1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시점에서 발표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화이자는 간 독성 부작용 우려로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 개발을 철회했으며, 암젠도 'AMG 786'의 개발을 중단하고 후속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오포글리프론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게 3상 임상에 성공한 경구형 GLP-1 치료제로 남게 됐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최근 몇 년 새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Wegovy)'와 릴리의 '제프범'(Zepbound) 등 주사형 GLP-1 제제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차세대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주사제 특유의 불편함은 일부 환자에게 접근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따라 경구제로 복용 편의성이 높아질 경우 시장 규모는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릴리는 이번 ACHIEVE-1 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2025년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규제당국에 비만 치료 적응증으로 허가 신청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어 2026년에는 당뇨병 적응증으로도 추가 승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또 다른 3상 시험 'ATTAIN-1' 결과도 연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이탈 이후 릴리만이 경구형 비만 치료제의 상업화 가능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이번 성과는 GLP-1 계열 치료제의 주류가 주사에서 경구제로 넘어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환자의 복약 부담을 줄이고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치료 옵션의 등장은 비만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릴리는 그간 주사형 GLP-1 치료제 제프범으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다. 오포글리프론이 이 성공 흐름을 이어간다면 릴리는 비만 치료 시장에서 주사와 경구 양축을 모두 갖춘 독보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진다.

데이비드 A 릭스 릴리 회장 겸 CEO는 "Achieve-1은 당뇨병과 비만 환자에서 오르포글리프론의 안전성과 효능을 조사하는 7건의 3상 임상시험 중 첫 번째 연구"라며 "올해 추가 데이터 공개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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