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자격 박탈된 워싱턴주 유학생 4명, 연방정부 상대 소송

중국인 3명, 인도인 1명 등 사전통보없이 SEVIS 등록 삭제돼 


워싱턴주에서 공부를 하거나 연구를 하고 있는 유학생 4명이 사전통보없이 체류자격을 박탈했다며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서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명확한 설명 없이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외국인 유학생 관리시스템인 SEVIS(Student and Exchange Visitor Information System)에서 일방적으로 삭제됐다며, 이는 불법적이고 자의적인 행정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유학생 가운데 2명은 워싱턴대(UW) 시애틀캠퍼스, 한 명은 UW 타코마 캠퍼스, 다른 한 명은 센트럴워싱턴대 소속 유학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SEVIS에서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삭제됐으며, 이로 인해 학업 중단 및 강제 출국 위기에 놓였다”며 “형사 유죄 판결이 없거나, 체류 자격 박탈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수준의 경미한 위반”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미한 교통 위반으로 벌금을 받은 적이 있었던 UW 전기공학 석사 과정 중인 인도 출신 유학생 A씨는 SEVIS 기록 삭제와 동시에 학생 신분과 취업 허가까지 박탈됐다. 그는 “부모님이 전 재산을 들여 유학을 보냈는데,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며 “출판 예정이던 연구도 중단됐고, 미래도 불투명해졌다”고 밝혔다.

같은 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중국 출신 B씨 역시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었을 뿐, 유죄 판결도 없었지만 SEVIS에서 제외됐다. 그는 “이전까지는 대학이 학생의 자격 박탈을 결정했는데, 이번엔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 이례적”이라며 “사전에 소명 기회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소송을 제기한 두 학생은 중국 출신 커플로, 과거 일리노이대에서 수학했다. 이들은 작년 9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단순 폭행 혐의로 체포됐지만 기소되지 않았음에도 SEVIS 기록이 삭제됐다.

회계사로 일하던 C씨는 “체류 자격이 사라진 뒤 수입이 끊겼고, 렌트비와 약값도 감당하지 못한다”며 “하루 아침에 8파운드가 빠졌다”고 말했다.

동성 연인인 D씨는 “중국에서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기 때문에 가족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렵다”고 고백했다. 현재는 체포될까봐 외출조차 하지 않고 집에 은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유학생들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미국 이민법은 폭력 범죄로 1년 이상 형이 선고될 수 있는 유죄 판결이 있어야 체류 자격 박탈이 가능하다”며 “단순 체포나 기소만으로 자격을 박탈한 건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유학생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최근 몇 주간 미 전역에서 수천 명의 유학생들이 합법적 신분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워싱턴주에서도 최소 15명이 비자 취소, 4명이 SEVIS 기록 삭제 등의 피해를 입었다.

전미국제교육협회(NAFSA)에 따르면, 2023~24년 학년도 기준 국제 유학생들은 미국 경제에 438억 달러를 기여했으며, 약 37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워싱턴주에도 약 2만5,000 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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