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안문자] 예술 애호가의 행복
- 25-04-13
안문자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예술애호가의 행복
사람은 끊임없이 만남으로 삶을 이어간다. 필연으로 만난 부모, 형제, 성장 과정에서 만난 스승과 친구들, 모두가 나를 키운 귀한 인연이다. 특별히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난 사람으로부터 행복이 전달되는 기쁨을 누렸을 땐 그 여운이 짓다.
뉴욕에 다녀왔다. 언제나 여행은 나를 설레게 한다. 낮선 곳에서 마주하는 빼어난 풍광에 절로 경탄하게 한다. 그러나 그 경탄은 그리웠던 사람을 만나는 감격 앞에선 희석되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아들네와 딸네, 사돈과의 만남, 성큼 자란 손자들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뉴욕의 아틀리에서 그림과 조각에 몰입되어 예술 혼을 불태우는 막냇동생, 그의 새로운 작품을 대하는 것 또한 경이로움이다. 그 동생을 통해 예상치 못한 한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다.
궁금증과 기대가 섞인 마음으로 뉴저지의 한 아름다운 동네에 도착했다. 잔디가 운동장처럼 넓은 주택가에 붉은 벽돌집들과 하얀 돌집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의 목적지인 벽돌집으로 가는 오솔길 좌우의 푸르름 사이에서 꽃들이 향기를 날린다. 묵직한 철문이 열리며 중년의 고상한 여인이 함박꽃 웃음으로 우리를 맞는다. 현관에 들어서니 여인의 뒤로 보이는 집안에 라일락 화병과 함께 그림과 조각들이 있다. ‘어머나!’ 소탈한 옷차림이지만 그녀에게 풍기던 남다른 격을 새삼 되새기며 집안으로 들어선다.
방안의 공기는 군침이도는 음식 냄새로 가득하다.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와 함께 우르르, 젊은 여성들이 일어서서 반겨준다. 환대를 받으며 돌아보는 순간, 여기가 어디지? 박물관? 남편과 나는 낯익은 동생의 그림과 조각이 다른 작품들과 섞여 여기저기 있어 눈이 번쩍 뜨였다.
동생과 안주인이 의미 있는 미소를 건네다가 여성들을 소개한다. 모두가 아름답고 활기찬 전문 여성들이다. 아나운서, 기행문을 쓰는 여행가, 시장 출마를 앞둔 씩씩한 여성, 유기농산물을 키우며 식자재를 연구하는 여성....풋풋한 자신감이 전염되어 나까지 젊어지는 느낌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그림과 조각 등 예술을 사랑한다는 것. 그 모임에 선호하는 예술가를 초청한 듯하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의 누나, 매부라니까 모두 궁금해 한다.
넓은 집안의 벽과 공간에 여백이 없도록 작품이 꽉 찬 연유를 뒤로 한 채 식탁으로 갔다. 잘 차려진 자연산 나물과 국, 샐러드, 생선요리가 푸짐하다. 식탁의 중앙 유리컵에 동동 떠 있는 팬지 잎이 너무 예뻐 그대로 홀짝 마시고 싶다. 맛깔스러운 음식과 예술작품을 화두로 주고받는 대화가 화기애애하다. 나는 둘러앉은 젊은 여성들의 세계를 더듬어본다. 전문 분야와 다른 예술작품에 대한 애정, 예술가의 정신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멋있게 느껴진다. 안주인의 정성스러운 식탁과 예술작품에 매료된 활발한 여성들과의 사귐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이 댁의 회장인 남편은 여행 중이란다. 은퇴 후 이들 부부는 물질의 축복을 어디론가 보내는 것이 목표다. 남편은 세계 각지의 오지로 다니며 선교사들을 도와 학교를 세우고, 교회를 짓고, 병원을 건립하고, 우물을 파고 가난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나님의 심부름을 한다고 소개한다. 이들이야 말로 믿음으로 물질을 바르게 관리하는 참 부자다.
온 집안을 감싸 안고 빛나던 그 많은 작품들을 들러본다. 그녀는 예술을 사랑하지만 가난한 예술가를도 사랑한다고 동생이 귀띔한다. 그녀는 전시회장에서 힘든 작업을 마친 피곤한 작가들을 격려하며 희망을 주기위해 무조건 작품을 산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술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들, 가슴에 담아 꿈틀거리는 꿈을 조각과 그림에 담는다. 하여 예술가들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영혼을 밝히는 소명으로 작업에 혼신을 다 하는 것이리라.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범접할 수 없는 예술의 혼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은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을 할 것이다.
예술애호가 김 여사는 땀과 혼이 담긴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을 격려하며 희망을 주는 일에 아낌없이 쏟는다. 전시회마다 찾아가 축하하며 아무리 고가일지라도 이끌리는 작품을 사주는 따뜻한 마음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게다. 작품들을 온 집안에 가득 채우고 사람들과 함께 감상하며 남다른 행복을 느낀다.
크고 작은 그림들을 소개하며 작가들의 근황도 이야기 해주는 행복한 김 여사! 나는 믿을 수 없는 이 신기한 감동으로 나까지 행복해 하다가 읽다가 두고 온 *<행복은 전염된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인간관계 즉 사회적 관계의 존재 자체가 우리의 행복을 높여 줄 수 있다는 것, 행복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생물학적으로 연쇄반응을 일으켜 행복한 감정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새삼 깨달았다. “거둔 것을 잘 쓰는 것, 그것이 더 귀하다,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윤택하여 지리라.” (잠언 11;25) 라는 말씀의 생명력을 실감한다. 비 갠 창문으로 다가오는 색색의 수국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을 친다.
*<행복은 전염된다> 하버드대가 의학과 과학으로 증명해낸 인간관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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