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아름다운 동행
- 25-03-22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아름다운 동행
한국의 10대 건설회사에 들어가는 큰 기업을 운영하는 회장이 예비 며느리를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장차 그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하는데 배우자의 자질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는 노숙자로 변장을 하고 퇴근을 하는 예비 며느리와 친구가 걸어가는 앞을 막아섰습니다. “아가씨 천원만 도와주세요”하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예비며느리의 친구는 눈살을 찌푸리며 예비며느리의 손을 잡아당기며 “얼른 가자”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예비며느리는 망설임도 없이 지갑을 꺼내어 만원을 주었습니다.
이튿날 회장은 다시 그들 앞에 나타나서 “잠자리가 너무 불편하다”고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예비며느리는 그 노숙자를 데리고 고시촌 원룸으로 데리고 가 그곳에서 잘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이튿날 생활필수품들을 사와서 도와주었습니다. 자신을 키워주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외면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 같은 예비며느리에게 큰 감동을 받은 회장은 이사회를 열고 노숙자들과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재단을 만들고 그 책임자로 예비며느리를 세웠습니다. 어려운 분들을 향한 기본 정신 자세와 그런 분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몸소 실천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같은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재단을 통해 수많은 힘든 사람들이 재생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덧 햇살이 눈부신 봄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긴 겨울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채 질병과 가난과 추방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남모르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우연히라도 눈에 띄었다면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자 그 예수님을 따르던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절망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들 중에 두 제자도 살벌한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가슴과 얼굴에는 예수님을 잃어버린 슬픔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 함께하였는지 모를 시간에 또 한 사람이 그들과 동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슬픔에 잠겨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두 제자는 작금에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예수님 시해사간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동행인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소상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조용히 그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은 두 제자의 가슴이 다시 평안해지고 또 뜨거워졌습니다. 알고 보니 그 분이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특별히 많은 것을 해주어야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슬플 때는 함께만 있어주어도 위로가 됩니다. 배고플 때는 작은 초코파이 하나라도 도움이 됩니다. 아플 때는 나을 수 있다는 희망만 주어도 힘이 생겨납니다.
이 아름다운 봄의 계절에 아직도 겨울에 머물고 있는 슬픈 이웃들을 위해 작은 마음 하나라도 동행해줄 수 있다면 함께 따뜻한 봄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봄을 알리는 개구리소리는 결코 한 마리가 아닙니다. 그들은 큰 무리를 지어 살아가고 함께 소리를 맞추어 봄을 알리려고 밤낮으로 울어대고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생들이 더불어 동행할 줄 모른다면 결코 바른 삶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고 이제는 1년에도 3,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함께 해줄 사람이 없어 마지막 가는 그 순간까지도 홀로가야 한다면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죽은 나무에 새싹이 돋아나듯 우리들의 메마른 가슴에도 사랑의 새싹이 피어나서 외로운 누군가와 동행할 수 있는 새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삭막한 이민생활에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하라는 거센 바람이 불어와 봄이 아니라 한겨울과 같은 이 시점에 두려움과 외로움에 떨고 있을 누군가를 기억하고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 손이 모르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주고 그림자처럼 동행해 주는 그런 동포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온 봄의 향기가 이렇듯 잠자는 우리들의 영혼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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