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신혜숙] 악마의 부엌
- 25-03-22
신혜숙(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악마의 부엌*
음식 냄새가 온 집안으로 퍼진다
가족들이 모여드는 이유
궁금해지는 음식의 맛
천국의 문이다
눈보라 몰아치는 밤 텐트 속에서
눈을 감아도 마음은 열려 있다
부엌으로 달려가서 뜨겁게 차를 끓여
두려운 밤을 삼켜야 할까
햇빛 한 줌 없는 응달지역
폐부 속으로 파고드는 유황 냄새
타오르는 불길은 보이지 않고
검은 바위 열린 입에서
쉼 없는 연기를 뿜고 있다
머리를 들면 천국의 문
아래를 보면 까마득한 계곡
멀리 가까이 점점이 보이는 사람들
조심스럽게
악마의 부엌을 통과하고
식탁보 같이 깔린 구름이
산정을 휘감아
열정이 갈라지고 냉정이 무너지는 크레바스
빙하는 언제부터 푸른 표정이었나
천국의 문 아래
하얀 눈에 둘러쌓인 악마의 부엌은
오늘도 안개를 휘감고 평화를 가장하고 있다
*마운트 후드 정상 부근에 위치한 유황 분출 분화구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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