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신혜숙] 악마의 부엌

신혜숙(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악마의 부엌*

 

음식 냄새가 온 집안으로 퍼진다

가족들이 모여드는 이유

궁금해지는 음식의 맛

천국의 문이다


눈보라 몰아치는 밤 텐트 속에서

눈을 감아도 마음은 열려 있다

부엌으로 달려가서 뜨겁게 차를 끓여

두려운 밤을 삼켜야 할까


햇빛 한 줌 없는 응달지역

폐부 속으로 파고드는 유황 냄새

타오르는 불길은 보이지 않고

검은 바위 열린 입에서

쉼 없는 연기를 뿜고 있다


머리를 들면 천국의 문

아래를 보면 까마득한 계곡

멀리 가까이 점점이 보이는 사람들

조심스럽게

악마의 부엌을 통과하고


식탁보 같이 깔린 구름이

산정을 휘감아

열정이 갈라지고 냉정이 무너지는 크레바스

빙하는 언제부터 푸른 표정이었나


천국의 문 아래

하얀 눈에 둘러쌓인 악마의 부엌은

오늘도 안개를 휘감고 평화를 가장하고 있다


 *마운트 후드 정상 부근에 위치한 유황 분출 분화구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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