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노벨상 카네만, 자연사 아니라 '조력사'였다

동료들에게 마지막 편지서 알려…가족과 고향서 시간 보낸 뒤 스위스행

"삶의 마지막 순간 고통과 수치심 없었으면…내 선택 안타까워하지 마라"

 

지난해 사망한 '행동경제학 창시자' 대니얼 카네만이 자연사가 아닌 조력 사망으로 죽음에 이르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네만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고전경제학의 인간관을 전복시키는 '제한된 합리성' 연구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경제학과 인간 심리를 결합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지난해 7월 그가 90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을 때만 해도 사망 원인은 고령에 따른 자연사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일부 동료들에게 조력 자살 계획을 알린 뒤 스위스에서 자발적인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생전 동료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나는 십대 때부터 삶의 마지막 몇 년 동안의 고통과 수치심이 불필요하다고 믿어왔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내 삶이 연장할 가치가 없다는 점이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바로 그런 상태를 피하고 싶어 이번 결정을 내렸다. 조급해 보일 수밖에 없는 선택에도 내게 지지를 건네준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썼다.

이어 "결정을 내리고 나니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며 "내게 죽음은 한숨의 잠과 같고, 오히려 고통이 있다면 나 때문에 아파하는 당신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니 나의 결정을 대신 안타까워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카네만은 스위스로 떠나기 전 프랑스 파리에서 가족들과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냈다.

2020년부터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 파트너 바바라 트버스키는 한 에세이에서 "(우리는) 이상적인 날씨 속에서 걷고 또 걸었고, 웃고 울며 가족과 친구들과 식사를 나눴다"며 "카네만은 가족을 파리 외곽에 있는 그의 어린 시절 집과 그 건너편 놀이공원으로 데려갔다"고 회고했다.

그와 가까웠던 한 친구는 WSJ에 "대니는 삶의 마지막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기에 우리와 그의 가족은 당혹스러워했다. 우리는 '왜 지금 멈추냐'고 그에게 간청했다"며 "여전히 그가 더 많은 시간을 우리에게 주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자신이 행복할 수 있을 때 삶을 끝냈다"고 전했다.

한 동료는 어머니와 아내의 말년을 목격한 것이 카네만에게 그 같은 결정을 내리도록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카네만은 자신의 조력 자살이 당분간 알려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네만은 친구들을 향한 마지막 편지에서 "나는 내 선택에 대해 부끄럽지 않지만 그것을 공적인 발언으로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며 "가족은 죽음의 원인에 대한 세부사항을 가능한 한 피할 것이다. 며칠 동안 이 이야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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