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때문이라고?"…블랙먼데이에 종일 입 꾹닫은 트럼프

'경기침체 불사' 영향에 뉴욕증시 급락…백악관 행사·행정명령 서명식 등 언론 비공개

대신 나선 참모들 "장기적으로 봐야…해외기업들 美투자 검토 나서"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관세 정책을 강행할 뜻을 시사한 자신의 발언에 자본시장이 휘청거린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기 드물게 종일 침묵을 지켰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에 휩싸이며 3대 지수 모두 급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 폭락해 2022년 9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정부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15.4% 폭락하며 하루 만에 190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시작부터 심상찮았던 시장의 반응을 의식했는지 트럼프는 이날 하루 동안 공식 일정을 모두 비공개로 수행했다.

구체적으로는 오후 2시에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기술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회동하고 나서 오후 3시 집무실로 돌아와 행정명령 서명식을 하고 오후 5시에 비밀경호국 국장 취임식을 진행했는데 모두 풀 기자단 없이 소화했다.

증시가 대폭락하자 바쁘게 진화에 나선 건 트럼프 본인이 아닌 백악관이다.

장 마감 후 백악관 관계자는 "주식 시장의 동물적 감각과 기업 및 기업 리더들이 실제로 보고 있는 것 사이에는 강한 차이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후자가 전자보다 분명히 더 의미가 있다"며 수습을 시도했다.

백악관은 이날 별도로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비해 미국 내 입지를 확대하거나 진출 계획을 밝힌 기업 소식을 정리한 로이터 통신 보도를 소개했다. 현대차·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 3곳도 예시로 들었다.

관세 정책으로 나타날 단기적인 부작용이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등 장기적인 효과를 조명해 달라는 취지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같은 날 백악관은 트럼프가 취임 후 50일 동안 이룬 업적을 정리한 보도자료 또한 게재하며 그의 성과를 조명했다. 여기에는 불법 이민 감소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증가, 정부 효율성 개선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는 지난 9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런 것을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도 "과도기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미국에 부(富)를 다시 가져오는 대단한 일이며 이런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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