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멕·중 맞불에 트럼프 추가보복 경고…세계무역전쟁 '시계제로'

캐나다·멕시코 25% 및 中 10+10% 관세 발효…우방도 가리지 않는 트럼프 관세 현실화

캐나다 보복관세 부과, 中 비관세조치까지 동원…美 "타협점 있을 수도" 협상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이웃 우방 캐나다와 멕시코에 전면 관세 부과를 시작하고,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이들 국가들도 즉각 보복관세 등 대응에 나섰다. 동맹과 우방을 가리지 않는 관세폭탄, 이에 대한 보복, 다시 이를 문제삼는 재보복이 숨가쁘게 전개되면서 트럼프발 세계 무역전쟁이 '말의 전쟁'이 아닌 유혈사태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동부표준시 4일 오전 0시 1분을 기해 멕시코, 캐나다에 대해서는 25%(캐나다는 에너지만 10%)를, 중국에 대해서는 10%를 더한 20%의 관세 부과를 발효했다. 이번에 25% 관세를 부과한 캐나다와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의 상대국이다. 캐나다의 경우 동맹을 넘어 혈맹의 관계를 맺어온 국가라는 점에서 미국의 이익 앞에 예외는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같은 시각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도 예고한 대로 발효됐다. 지난달 4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기존 행정명령의 '10%'를 '20%'로 개정하는 방식이다.

 

중국,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상대 잘못 골랐다"

 

중국은 미국의 주요 수출품인 농산물을 타깃으로 즉각 보복에 나섰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 미국산 닭고기, 밀, 옥수수 등 29개 품목에 15%, 대두, 돼지고기, 쇠고기, 수산물, 과일, 채소, 유제품 등 711개 품목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이달 10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5개 기업을 수출통제 목록에, 10개 기업은 신뢰할 수 없는 기업명단에 올려 제재에 나섰다.

이와 별개로 미국산 대두에서 맥각과 종자 코팅제가 검출됐다며 3개 미국 업체의 대두 수입을 중지시켰고, 미국산 원목에서 나무좀과 하늘소 등 검역 대상 해충이 발견됐다며 즉시 반입을 중지하는 등 비관세 조치를 통한 보복에도 착수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미국 관세에 관세로 맞대응하는 것은 자국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밝히며 "중국에 극한 압박을 가하는 것은 상대를 잘못 고르고 틀린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다른 의도를 갖고 관세 전쟁, 무역 전쟁 또는 다른 어떤 전쟁을 고수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국가 관세를 부과하며 이들 국가가 국경을 잘 단속하지 못했다거나 마약류 '펜타닐'의 원료를 제공하거나 제조, 미국으로 밀반입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 무역적자 해소도 이유임을 숨기지 않아 왔다.

 

캐나다, 美에 25% 보복관세…트럼프 "보복시 상응 대응"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4일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해 "어리석은 행위"라고 규탄하며 WTO에 이를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어떠한 정당성이나 근거도 없는 무역 전쟁"이라며 캐나다도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6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25% 관세가 발효되는 4일부터는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 3000억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1250억 캐나다달러(약 125조 8000억 원) 상당의 제품에 대한 관세는 21일 이내에 부과한다.

캐나다가 관세를 부과할 약 300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는 오렌지 주스, 땅콩버터, 와인, 커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뤼도는 "캐나다인들은 싸움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며 "관세가 지속될 경우 비관세 대응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다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단행하면 같은 금액의 상호관세를 즉각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트뤼도 총리를 '트뤼도 주지사'로 비꼬아 부르면서 이같이 맞받았다.

 

멕시코 "비관세조치까지 동원…9일 대응조치 발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4일 미국이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어떠한 이유도, 근거도 없는 부당한 관세에 보복 관세는 물론 비관세 조치까지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전했다.

셰인바움은 펜타닐 유입 저지를 위한 멕시코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장과 관련 "관세가 유예된 30일간 범죄와 펜타닐 밀반입을 막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들이 취해졌고, 안보와 무역에 관한 양자 회담도 여러 차례 열렸다"며 반박했다.

그는 보복 관세 등 멕시코의 대응 조치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9일 수도의 메인 광장인 소칼로에서 열리는 집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우리가 조정과 협력을 위해 매우 중요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국민들이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자신의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해 9일 전까지 협상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이어 "안보와 무역 분야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며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강에 상호관세까지 줄줄이 예정…타협 가능성 주목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12일부터는 철강,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4월 2일부터는 상대국의 미국 수입품 관세율뿐만 아니라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목재, 농산물 등 품목별 관세도 부과할 계획이어서 관세전쟁은 전 세계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격화하는 무역전쟁 와중에도 미국 정부나 캐나다와 멕시코 등은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어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세 발효 직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5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타협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와 협력할 것이라고 본다"며 "어딘가 중간에 타협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도 "수일 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길 기대한다"고 협상 여지를 열어놓았다. 셰인바움 대통령 역시 9일 소칼로 광장 집회 전에 트럼프와 통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협상에 따라 관세율이 조정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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