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속도 못 높이면 델타 변이에 당한다
- 21-06-23
델타 '습격' 받은 영국·미국·이스라엘, 접종 '박차'
백신 1회 델타 변이 예방율 33%→2회 접종 시 88%
올 초 하루 확진자가 6만 명씩 나오던 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을 촉발한 '알파' 변이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출현한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70% 높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 영국이 백신 접종을 서둘러 알파의 '습격'을 극복하고 이달 말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할 예정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알파보다 전염력이 50~70% 높은 '델타' 변이가 첫 출현지 인도를 넘어 상륙한 것이다.
전 세계에 마스크를 벗은 채 자유롭게 일광을 즐기는 모습을 자랑하던 이스라엘도 비상이 걸렸다. 성인 절반 백신 접종을 달성한 뒤로 적게는 하루 0명이던 신규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느는가 싶더니 지난 21일은 125명을 찍었다. 델타 변이 확진자가 나온 이후였다.
백신 접종을 선도한 두 나라에 '델타의 습격'이 시작되면서 이전에 개발해 배포 중인 백신의 효과를 두고 의구심도 제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알파에서 델타로 이어진 '우려 변이'의 진화를 막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2~3주 내 지배종 된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유전체학 기업 헬릭스의 윌리엄 리 부사장은 "다음 달 중순이면 미국 신규 확진자의 50%는 델타 변이 감염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 부사장은 지난 21일 의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미국에서 영국발 알파 변이의 자리를 델타 변이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논문을 올려 경각심을 높인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6월 첫째 주만 해도 미국 내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의 비중은 9.9에 불과했는데, 2주 만에 20.6%로 급등했다. 델타 변이 출현으로 한 달 만에 확진자 수가 34% 급등한 영국의 사례와 유사하다. 갑작스런 확진자 증가 원인을 찾기 위해 신규 환자 30%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98%가 델타 변이로 나타났다.
로셸 왈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CDC 데이터와 영국의 사례를 볼 때 델타변이가 다음달이면 미국의 지배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영국 꼴 난다"…유럽 전역 '초긴장': 유럽 각국은 영국의 델타 변이의 유행이 '남 일' 같지 않다. 유럽대륙의 동쪽 끝 러시아 신규 확진자 1%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99%가, 서쪽 끝 포르투갈 확진자 5% 중 96%가 델타 변이 감염자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리비에 베란 프랑스 보건장관은 "현재 프랑스에서 델타 변이 비중은 2~4%로 얼마 안 돼 보이지만, 영국이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우리 같았다는 걸 생각하면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 비중이 전국적으로는 아직 1%도 되지 않는 스페인 최대 일간 엘파이스의 지난 주말 톱기사는 '한 달 안에 인도(델타) 변이가 스페인에 만연할 것'이었다. 데이터 전문가이자 컴퓨터공학·수학자인 알렉스 아레나스 교수(Rovira i Virgili 대학)는 바이러스 확산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한 달 안에 델타변이가 스페인의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카탈루냐 지역은 델타 변이 비중이 20%를 넘어서고 있다.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비중이 26%인 이탈리아, 벨기에(16%), 독일(15%)도 비상이다.
이들 국가의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다음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눈을 돌리는 곳은 역시 먼저 유행을 겪고 있는 영국이다. 영국에서 델타변이 환자의 입원율은 종전 알파변이보다 2.2배 높았다.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영국과 비슷한 시점에 델타변이가 창궐했지만 비교적 잘 막아내고 있는 국가가 있다. 바로 덴마크다. 전문가들이 인구 통계와 이동 추이, 지역사회 생활 여건 등이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거리두기 유지와 방역수칙 준수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 "백신 접종 서둘러야" 한목소리: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건 바로 신속한 백신 접종이다.
세계 백신 접종 '표본' 이스라엘의 사례는 이를 명확히 뒷받침하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 하렛즈에 따르면 현지 보건부의 체지 레비 국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현재 신규 확진자의 70%가 델타 변이 감염자인데, 이 중 절반이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달 초부터 12~15세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 부모들의 선택에 맡기다보니 접종 속도가 더디다. 이에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주부터 아동·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고 나섰다.
물론 백신을 맞아도 델타 변이로 인한 '돌파 감염'은 있었다. 이스라엘 델타 변이 감염자의 3분의 1은 백신 접종자였다.
그러나 델타 변이의 경우 백신 1회 접종과 2회 접종 시 예방율이 33%에서 81%로 크게 차이난다는 사실이 영국 정부 통계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델타의 습격을 받은 이스라엘과 영국이 강력한 거리두기와 함께 백신 접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건 이 때문이다.
미국의 상황에서도 백신 접종의 중요성은 분명히 드러난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공중보건대학의 저스틴 레슬러 부교수가 팬데믹을 예측하기 위해 유관 기관들과 협업해 만든 '코로나19 시나리오 모델링 허브' 모델에 따르면, 미국인 86%가 백신을 맞으면 11월 말까지 1만 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델타변이 감염은 지역 별로 균일하지 않았고, 백신접종률이 낮은 지역이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고 레슬러 교수는 지적했다.
결국 백신 배포를 서두르고, 2차 접종까지 최대한 빨리 완료하는 게 관건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렴하고 있다.
알파변이와 브라질발 감마변이를 넘어 델타변이가 곧 미국 코로나19 감염의 70~80%를 차지할 것이라고 본 헬릭스의 윌리엄 리 부사장은 "델타 변이 관련 모든 것은 백신접종 캠페인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뤄질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월렌스키 CDC 국장은 "델타 변이는 또 다른 변이를 일으켜 결국 우리의 백신 항체를 회피하게 될 것"이라며 "더 위험한 변이로 이어지는 감염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당장 백신 접종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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