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 韓 기업인에 "10억 달러 투자 때 신속 지원"

최태원 회장 등 사절단과 40여분 동안 만나 대미 투자 강조

최태원 "한미일 빅프로젝트 필요…대미투자 인센티브 있어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총괄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대미 투자를 강조하면서 10억 달러(1조 4000억 원)를 내면 신속 지원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 현대차, LG,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 인사들과 만나 양국의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등 재계 인사 26명으로 꾸려진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은 지난 19~20일 미국을 찾아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을 만난 바 있다.

러트닉 장관은 월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트럼프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을 이끌고 있는 인사다.

최 회장 등은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40여 분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우리 사절단은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를 강조했고 이 과정에서 러트닉 장관의 10억 달러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투자 정책'(America first investment policy) 각서 서명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각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첨단 기술 및 기타 중요한 분야와 관련한 미국 기업에 대한 특정 동맹국 및 파트너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만들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만들 패스트트랙에 특정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에 대한 적대적인 외국 기업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요건을 포함해 적절한 보안 조항을 갖추게 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도록 했다. 특히, 미국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할 경우, 환경 검토를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최 회장은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호텔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재단 주최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TPD, Trans-pacific Dialogue)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조하는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한미, 한미일 등이 협력하는 '빅 프로젝트'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는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트럼프 공약에) 세금을 내리겠다 등의 얘기가 있었는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지 않으냐"면서 "투자 계획에 반영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대미 투자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과의 공동투자를 통한 '빅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미국 측이 △조선 △에너지 △원자력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등 크게 6개의 한국 산업 분야에 골고루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또 취재진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CHIPS)에 따라 제공받기로 한 인센티브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 정계 인사 중 한 분이 '계속 집행이 잘될 거라고 믿고 있고, 그런 정책(policy)을 우리는 갖고 있다고 얘기를 하더라"며 "무조건 준다, 안 준다. 이런 식이 아니고 실리를 따져보고 집행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한 달이 됐고 이제 막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4월쯤 (상호관세 등을) 발표한다고 하니 기다려 봐야 할 거 같다"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모든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냐는 질문에는 "(미국 측에서) 논머니터리(Non-monetary) 관세도 관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협상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차기 한국 정부가 와서 이야기할 것으로 저는 얘기를 했고, 미국 측에서도 그렇게 기대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미국 제조업 투자 환경이 생산성 측면에서 중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나은 여건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 단계에서는 전혀 이야기한 게 없다"면서도 "산업 분야마다 조금씩 다른 거 같다. 미국이 좀 불리한 것도 있지만, 인공지능(AI) 분야 등은 다른 곳보다 미국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좋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

'미 행정부가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게 SK의 반도체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라는 질문에는 "TSMC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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