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좌석, 바닥서 분리 안돼…앞좌석과 충돌 고려해 부상방지 설계"

승무원들, 승객 신속히 탈출시켜…구조대원, 매뉴얼대로 제시간 도착

델타항공 소속 항공기가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국제공항에서 착륙 중 뒤집히는 사고에도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데는 항공기 설계와 승무원 및 구조팀의 적절한 대응이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미니애폴리스를 출발한 델타항공 소속 항공기는 전날인 17일 토론토 피어슨국제공항에 착륙 도중 날개가 부서지고 동체가 뒤집히며 화염이 치솟았다.

큰 사고에도 당시 항공기에 탑승 중이던 80명의 탑승객 중 사망자는 없었고, 21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이송된 후 2명을 제외하고 당일 퇴원했다.

크랜필드 대학교의 항공우주 및 항공 부문 책임자인 그레이엄 브레이스웨이트는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피해가 적은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요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가 활주로에 거꾸로 뒤집힌 상태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봐도 좌석 고정 장치와 항공기 설계가 제대로 작동했고, 구조팀이 효과적으로 대응했으며 객실 승무원들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직후 많은 승객들은 안전벨트 덕분에 안전하게 보호된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객이었던 피트 칼슨 구급대원은 캐나다 CBC 인터뷰에서 "추락 직후 안전벨트를 풀기 전 몸이 거꾸로 뒤집힌 상태였다"고 말했다. 승객 존 넬슨도 CNN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뒤집히면서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브레이스웨이트는 "이런 유형의 사고에서는 탑승객의 부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는 '충돌안전성'(crashworthiness)이라 불리는 항공기 설계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엔지니어들은 항공기를 설계할 때 사고 발생 시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충돌안전성 덕분에 좌석이 바닥에서 분리되지 않았으며, 안전벨트가 승객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며 "또한 승객이 앞 좌석에 부딪칠 경우 중상을 입지 않도록 좌석 표면을 설계하는 것 역시 충돌안전성의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엠브리-리들 항공대학의 마이클 맥코믹 항공교통관리학과 교수도 "이러한 사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을 테지만 80명이 모두 생존했다는 것은 항공기 엔지니어링, 기술력, 규제 시스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44명 이상이 탑승한 항공기의 경우 90초 이내에 모든 탑승객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승무원들의 역할도 사고 피해를 크게 줄였다. 피어슨공항의 토드 아이켄 소방서장은 "구조팀이 신속하게 불길을 잡았고, 대부분의 승객들은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스스로 탈출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브레이스웨이트는 "사고 상황에서는 승객들이 공포에 질리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수 있다"며 그럴 때 승무원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안전벨트를 풀어라'와 간단한 지시를 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승객들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승무원들의 신속한 대처를 높이 평가했다.

구조대원들의 신속한 대응도 큰 역할을 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공항 서비스 매뉴얼에는 공항 화재 및 응급 서비스의 이상적 목표는 2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다.

이날 구조팀은 사고 발생 후 몇 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보라 플린트 피어슨공항 최고경영자(CEO)는 "공항 응급 구조대원들이 교과서적인 대응으로 몇 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 승객들을 신속하게 대피시켰다"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영웅적이고 잘 훈련된 공항의 응급 구조대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브레이스웨이트는 "사고 현장 사진만 보면 훨씬 심각한 피해를 예상할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