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이명숙] 긍정의 뺄셈
- 25-02-10
이명숙(서북미문인협회 회원)
긍정의 뺄셈
새해가 밝았다. 새해 아침의 긍정의 다짐(resolutions)은 더하고 보태는 것을 넘어선 ‘빼기’의 노력이다.
어제와 오늘은 생애의 한 길 선상에 이어져 있다. 앞만 보고 살며 보태는 것에만 힘썼던 어제와 오늘이었다. 힘을 뺀 오늘은 어제보다 나은 하루로 만난다. 다가올 내일은 변화된 빼기의 연속이 될것이다. 굳이 나누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넘치지 않는 하루를 살면 된다. 작은 노력이 자유로운 여유를 이룰 것을 기대한다. 속되지 않고 운치있게 뺄셈의 변화로 단순하게 살고 싶다. 새해 이 순간, 방만했던 내 삶을 축소하여 야무지게 맺고 끊는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
힘 빼기는 운동에 있어서 자주 듣는 흔한 꿀팁이다. 골프는 힘 빼기가 그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력 30년에도 초보때 듣던 ‘힘 빼라’는 조언은 아직도 유효하다. 몸의 에너지를 핵심(코어)에 집중시켜 유연성있는 원심력을 요구한다. 평생 운동인 내 수영 실력도 예외는 아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가라앉는다. 물속에서 힘빼기는 수영 속도와도 비례로 연결된다. 수영의 영법에는 힘빼기가 최우선으로 강조된다.
10년을 함께한 자동차는 자기 몸에 아낌이 없다. 그녀의 사랑은 나에게 절대적이다. 작고 큰 충돌에서 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왔다. 지구 외주 둘레 5바퀴를 쉼없이 달리고 또 달려왔다. 노쇠하지만 내 몸처럼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내 사랑은 기름을 채우는게 전부일 뿐인데 말이다. 오늘은 그 동안 내어줬던 쇠약한 몸을 드러내어 브레이크 점검을 받는 날이다. 그녀의 깎여가는 고통과 인내에서, 따뜻한 어머니의 큰 사랑을 새삼 느낀다. 우리 둘은 함께 동행한 세월만큼 늙어가고 있다. 10년 넘게 한 몸처럼 동화되어 추억 깊은 서사를 함께 써내려가고 있다.
빼려는 노력은 단순한 변화이다.
작은 목표를 세워 빼기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변화의 일부이다. 이 글을 쓰는 나로부터 실례를 들어본다. 글쓰기에 집중할 때 수식어를 넣기보다 과감한 빼기가 더 좋을 수 있다. 글이 단문화되고 간결해지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도리어 글 맛이 좋은 문장력을 기대한다. 한때 트라우마로 비만했던 과체중을 줄이려는 나의 노력은 긍정의 빼기였다. 이 변화는 내 삶에 대한 적극적인 활기와 자신감을 높여주고 있다.
다양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다스려야한다. 복잡한 사회와 환경에서 오는 불안과 우울함이 공존한다. 이 심리적 부적응은 물질적 풍요에도 줄어들지 않고 늘고있다. 채우려는 욕심과 복잡한 생각들은 현대의 병적 요인이다. 스트레스의 감소는 많은 생각을 줄이는 의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로 의료의 과신과 약의 오남용도 한 몫한다. 일어나지 않을 미래에 대한 불안도 크다. 소유에 대한 과한 욕심도 문제이다. 이것들로 부터 나를 지키고 자유를 얻으려면 내 삶의 방식을 내려놓는게 필요하다. 모자람과 부족한 결핍을 받아들이는게 중요하다. 비움의 변화는 정신이 맑아지고 행복한 일상을 내게 준다.
소통에 있어서도 빼기는 중요하다.
우리는 요즘, 세대간의 관계에 있어 불통이 만연하다. 나이 불문하고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게 소통의 첫 단추로 매우 중요하다. 소통은 한마디로 듣기 공간을 배려함에서 나온다. 부족한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함도 요구된다. 불통의 극복은 먼저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이 착한 소통이다. 사실 심정적으로 내 것부터 비우기는 그리 쉽지 않다. 보태기보다 빼고 덜어내는 작업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숙한 소통의 시작이다.
기성세대의 고착은 고집불통 인 경우가 많다. 변화를 거부하고 자기 소유 안에서 안정을 선호한다. 이 글을 쓰는 내 모습이기도 하다. 세대간의 소통이 원활하려면 상대방의 기능과 역활을 존중해야한다. 기성세대의 굳어진 편향성은 소통에 방해되기 쉽다. 최근, 아들과의 대화에서 의견 차이로 가끔 불통과 부딪힌다. 과거 경험적 생각과 어른들 논리를 자식에게 반복적으로 강화하기 일쑤다. 지적질과 비판보다 상대를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중요한데 그렇지 못하다. 변화의 시작은 정해둔 답 대신에 편견을 인정함이다. 가까울수록 좋은 소통은 조금 떨어진 거리를 지키는 것이다. 생각과 마음을 내 쪽에서 부터 줄여나가면 쉽게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우리는 넘치는 디지털 정보와 다양한 물질들 속에 산다.
부족한 것들 위에 쌓고 할 일을 보태려는 노력은 흔한 일이다. 혼재된 세상 안에서 긍정적 변화를 위해 비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것은 버려지거나 없어지는게 아니라 크기의 축소이다. 확대 지향적 모습으로 도깨비가 되지말고 난쟁이*가 되고자 한다. 작은 꿈과 소인의 희망으로 새해를 시작하려한다. 낡은 길과의 교차에서 새해의 역사길 위에 빼기는 값진 것이다. 평소에 외면했던 자폐아 봉사를 실천하려고 한다. 새해 이 순간, 뺄셈의 길 위에서 내일의 아침해를 기다린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이어령, 199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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