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씹기 힘들기 전에 칫솔질 잘해야 '이팔청춘' 유지"

일반 노화와 달라, 구강 노쇠 있으면 사망위험 증가

못 씹는 음식 늘고 식사 중 흘림, 어눌한 발음 증상 

 

고령 인구가 늘면서 근래 의학계 가장 큰 화두는 노쇠다. 일반적 노화와 달리, 노쇠는 신체·정신 기능의 급격한 저하로 정상적인 생활이 혼자서는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특히 치과를 찾는 환자 중 '구강 노쇠'가 증가하고 있어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 조언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화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점차 신체적, 인지적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생기고, 몸의 근육량은 줄고 운동 능력도 감소하는 것들이다.

노쇠는 이런 일반적인 노화와 다른 개념이다. 나이 듦에 따라 전신 기능이 저하되면서 낙상, 장애, 질병 발생, 입원, 사망률 등의 위험이 증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노쇠하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

노쇠의 원인은 노화, 운동 부족, 영양 섭취 감소, 여러 질환, 약물 복용,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하다. 질병이 많은 경우 노쇠한 경우가 많지만, 질병이 없더라도 노쇠를 나타내는 경우가 32% 정도다.

노쇠 진단 기준에 따르면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 자가 보고한 탈진, 근력 약화, 보행 속도 감소, 신체활동 감소의 5가지 중 3가지 이상 해당할 때 노쇠라고 진단한다. 1, 2개 해당하면 전 노쇠,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건강이라고 정의한다.

구강 노쇠 또한 구강악안면 영역의 기능 저하를 일컫는다. 씹을 수 없는 음식 수가 늘어나고, 식사 중 목메거나 흘림, 어눌한 발음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구강의 기능이라 하면 씹는 것(저작)만 떠올린다.

하지만 구강은 음식물을 씹어서 삼키는 영양 공급의 시작점이며, 발음을 통해 의사소통을 담당하고, 얼굴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사회성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공기가 흡입, 배출되는 통로의 일부를 차지해 호흡과도 연관돼 있다.

특히 저작과 삼킴은 구강 본연의 핵심적 기능으로 영양 공급의 측면에서 전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강 노쇠로 잘 씹고 삼킬 수 없다면 영양 저하나 영양 불량이 우려되고 근감소증을 유발하며, 노쇠를 거쳐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위험이 증가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강민구 빛고을전남대학교병원 노년내과 교수팀이 65세 이상 노인 3018명의 노쇠 정도와 음식을 씹는 기능을 분석한 결과, 음식을 씹기 어려운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노쇠 비율이 약 2.68배 높은 것을 확인했다.

이는 지난 2016~2018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다. 저작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노쇠 집단에서 약 2.68배, 전 노쇠 집단에서 1.4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팀이 저작 어려움과 연관된 요인들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치주질환이 있으면 음식 씹는 어려움이 약 1.29배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사랑니가 충치 치아를 제외한 건강한 영구치가 1개 감소할수록 음식을 씹는 기능이 3%씩 감소했다.

교수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지난 2023년 '노년 임상중재'에 게재했다. 이어 "음식을 씹는 능력이 영양 섭취와 식단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노년기의 전신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희원 교수는 "평소 구강 검진을 통해 치아 상태를 건강하게 관리하고, 이미 음식을 씹는 데 어려움이 있는 노인의 경우 고령친화식품이나 보충제 등을 통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강 노쇠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손쉽게 구강 노쇠를 예방할 방법은 정확한 칫솔질을 통한 구강위생 관리와 정기적 잇몸 검진 및 관리다. 이를 통해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해 잘 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경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치주과 교수는 "정확한 칫솔질은 입안에 노출된 모든 치아 면을 닦는 것으로, 닿기 힘든 부위는 치간칫솔, 치실 등을 활용해 최대한 닦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씹기가 어렵거나, 음식을 잘 흘리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입 안이 건조하다고 느끼면 즉시 이에 대한 적극적 치료와 운동을 시작해 구강 노쇠의 진행을 예방해야 한다"며 "구강 건강을 위한 이런 노력은 노쇠가 아닌 건강한 노화를 위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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