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 "성관계 거부, 이혼 유책사유 안돼"…佛 "법 개정"

"부부간 성관계, 의무 간주는 성적 자유에 반해"…프랑스 여성 손 들어줘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23일(현지시간) 남편과 성관계를 안 한다는 이유로 이혼 소송에서 유책 배우자가 된 프랑스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내가 남편과의 성관계를 거부한 것이 이혼 소송에서 과실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며 "'사생활 및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명시한 유럽 인권조약 제8조를 위반했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이어 부부간 성관계는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부부간 성관계를 의무로 간주하는 것은 성적 자유와 신체적 자율성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69세의 프랑스 여성은 지난 1984년 결혼 후 네 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첫 아이 출산 후 부부 관계는 악화됐다. 그러다 2002년부터 남편에게 신체적, 언어적 학대를 당했고 2004년부터 남편과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지난 2012년 법원에 남편과의 이혼신청서를 제출했으나 2019년 프랑스 베르사유 항소법원은 신청을 기각하면서 패소했다. 이에 그는 2021년 유럽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승소했다.

그의 변호사인 릴리아 미센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결혼 의무와 구시대적이고 교회법적인 가족관의 폐지를 의미한다"며 "프랑스에서 여성 권리를 위한 투쟁에 있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프랑스도 포르투갈이나 스페인과 같은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부부간) 성폭행 문화를 근절하고 진정한 동의와 상호 존중의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법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역사의 방향에 맞춰 나아갈 것이며, 법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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