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64곳서 일감 받아 12억 챙긴 2명 기소…미국인 조력자 등 3명도 체포

지난달 유사 혐의로 북한인 14명 기소…최근 北 IT 노동자 해외취업 늘어

미국 법무부가 국적과 신분을 속이고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감을 받은 북한인 2명과 이들의 조력자 3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64곳의 미국 기업에서 약 87만 달러(약 12억 원)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중국 랴오닝성에 거주하는 북한 IT 노동자 진성일과 박진성에 대한 기소장을 공개했다. 미국 플로리다 남부 연방법원 대배심은 이를 받아들여 이들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가짜 신분증을 쓰고 허위 웹사이트를 개설해 자신들이 미국에 거주하는 것처럼 꾸몄다. 그리고 원격으로 근무하면서 미국 IT 기업에서 돈을 받아 북한 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진성일과 박진성은 2018년 4월부터 2024년 8월까지 6년 4개월간 총 64개 미국 IT 기업에서 일감을 받았고 최소 86만 6255달러를 받았다. 이 자금은 중국 은행계좌를 통해 세탁됐다.

이들을 도운 멕시코인 1명과 미국인 2명도 기소됐다. 멕시코 국적의 페드로 에르네스토 알론소는 지난 10일 네덜란드에서 붙잡혔다. 그는 2021년 6월 진성일이 한 미국 IT 기업에 취업할 때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게 해준 혐의를 받는다.

미국인인 에릭 은테케레제 프린스와 에마누엘 애쉬토르는 진성일 등을 대신해 미국 기업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수령했다. 이 노트북에는 원격 접속 소프트웨어가 설치됐고 프린스와 에쉬토르가 운영하는 일명 '노트북 공장'으로 옮겨졌다. 진성일은 이 노트북 공장에 접속해 마치 미국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또 두 사람은 진성일 등이 자기 주소를 사용하게 하는 등 의도적으로 일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검거됐다.

법무부는 5명에 대해 '보호된 컴퓨터 손상 음모', '전자기기 사기 및 우편 사기 음모', '돈세탁 음모', '허위 신분증 전송 음모'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진성일과 박진성에게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이들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진성일과 박성일은 최대 80년, 알론소 등 3명은 최대 60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데빈 드베커 법무부 국가안보부문 책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법무부는 미국 기업들을 속여 무기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북한의 사이버 제재 회피 계획을 막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달에도 북한 IT 기업 옌벤 실버스타 네트워크와 볼라시스 실버스타 최고경영자(CEO)인 정성화 등 북한인 14명을 기소하고 지명 수배했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에 머물며 미국 등 전 세계 기업에 IT 노동자로 취업하거나 취업을 알선한 혐의다.

이처럼 최근 북한 IT 노동자의 해외 취업이 늘고 있다. 이에 미국 국무부와 FBI, 한국 외교부, 경찰청, 국가정보원은 2023년 '공동 이익 발표문'(PSA) 형태의 합동주의보를 통해 북한 IT 노동자들의 취업 수법 등을 공개하며 미국 기업들의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