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현대사의 비극, 역사의 한 장으로 바꾸는 건 내 의도 아냐"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미국판 출간 맞춰 뉴욕타임스 인터뷰

"죽은 기억과 살아있는 현재 연결해 그 무엇도 사라지지 않게 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최근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면서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한 장을 다른 장으로 바꾸는 것이 결코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조국의 악몽과 자신의 악몽을 파헤친 노벨상 수상자'라는 제목으로 한강과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인터뷰는 서울 자택에 있는 작가와의 영상 통화로 이뤄졌다.

인터뷰 기사는 소설 속 한 인물이 자기 친구에게 말하는 "그들(의사들)은 혈액을 흐르게 해야 하고 고통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 아래 신경이 죽을 것이라고 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한강의 최신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목공 사고로 손가락 두 개가 잘려 나간 주인공이 한 말이다.

NYT는 제주를 배경으로 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미국판 제목 'We Do Not Part')가 한국 출간 후 3년여 만에 이번 주 미국에서 출간된다면서 이번 인터뷰의 배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권위주의적 과거에 대한 그녀의 작업은 대통령이 잠시 계엄령을 선포한 12월 이후로 더욱 적절해 보였다"고도 했다. "노벨상 수상 이후 관심을 대체로 피해 왔던 작가"가 (언론과 쉽게 하지 않는) 드문 인터뷰에서 "최근 일어난 사건들을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한 장을 다른 장으로 바꾸는 것이 결코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작가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의 경력 초기의 경험이 우연히 만나는 접점도 소개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 소설 '소년이 온다'를 낸 후 작가는 악몽에 시달렸는데 바다가 잠식해 오는 눈 덮인 언덕 위에 서 있는 수천 개의 으스스하고 어두운 나무줄기와 같은 꿈속 이미지를 이해하려고 제주도로 여행 갔다고 했다. 실제로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소설을 펴낸 후 이런 악몽에 시달리는 작가 경하가 나온다.

그런데 한강 작가는 스물여섯 살에 첫 소설을 쓰려고 제주에서 수수한 방 하나를 빌렸다가 '작별하지 않는다'의 실마리가 되는 말을 들었다. 아래층에 사는 집주인 할머니가 어느 날 마을 중앙에 있는 팽나무 근처의 담을 가리키며 "그해 겨울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었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강 작가는 자신의 열병 같은 꿈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그 (젊은 날의) 기억이 다시 돌아왔고, 그 꿈이 시간과 기억에 관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작가가 느끼는 고통은 시간과 기억의 연결이기도 하지만 과거와 현재 전 세계 폭력의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이기도 하다. 한강 작가는 한국의 고통스러운 순간들과 깊은 개인적 만남에 대해 글을 쓰면서 전 세계의 잔학 행위 피해자들의 경험, 그리고 그들을 계속 기억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깊은 연결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작가는 "이것은 고통이고 피지만, 이것(고통)은 죽었을 수 있는 부분과 살아 있는 부분을 연결하는 삶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죽은 기억과 살아있는 현재를 연결하여 그 무엇도 사라지지 않게 한다. 그것은 단지 한국의 역사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역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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