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에 "곧 살인"…병마와 싸우던 80대 美부부, 남편이 부인 쏘고 생 마감
- 25-01-21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미국에서 병마에 시달리던 80대 노부부가 남편이 총으로 부인을 쏴 숨지게 한 뒤 자신에게도 총격을 가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 고령화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인스빌에 사는 80대인 리처드 호일과 엘렌 호일은 단독 주택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26일 89세인 남편 리처드 호일이 85세인 부인 엘렌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뒤 얼마 후 자신에게도 총격을 가했다.
남편은 자신에게 총격을 가하기 직전 우리의 119인 911에 전화해 살인 및 자살 사건을 신고했다.
911의 전화 기록은 다음과 같다.
4월 26일 오전 11시 직전, 리처드는 911에 전화했다.
리처드는 "살인-자살 사건이 있었다"고 말한 뒤 주소를 불러줬다.
소방관이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어떻게 아십니까?"라고 묻자 리처드는 "내가 바로 자살할 사람이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소방대원은 “네?”라며 깜짝 놀랐다. 소방대원이 그 이유를 묻자 리처드는 대답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911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부부는 이미 숨진 채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들의 유언장은 부엌 탁자 위에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나의 죽음을 알릴 사람들’이라는 제목 아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부인이 중병으로 거동하지 못했고, 남편이 부인을 돌봐 왔으나 최근에는 남편도 급속히 쇠약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웃 주민들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고, 집을 떠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해 왔다”고 증언했다.
병마에 시달리던 노부부가 동반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이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서도 고령층 자살이 늘고 있다. 2021년 배우자 살인-본인 자살 사건의 10%가 65세 이상이었다. 이는 2019년의 8.9%에서 증가한 수치다.
널리 인용되는 한 연구에 따르면, 55세 이상의 배우자 살인-본인 자살은 10만 명당 0.62명으로, 55세 미만의 0.34명보다 거의 두 배나 높다.
이 연구를 진행한 정신과 교수 도나 코헨은 55세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배우자 살인-본인 자살의 대부분이 남편이 아내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질병에 대한 부담, 치료 비용 증가, 고립감, 절망감 등으로 남편이 부인을 먼저 총으로 쏜 뒤 자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는 고령화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대책이 시급하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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