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부활' 천명한 트럼프…보조금 폐지에 관세폭탄 현실화
- 25-01-21
바이든 전기차 의무화 정책 철회…IRA 보조금은 '폐지검토' 지시
HMGMA 완공 앞둔 현대차 '난처'…멕시코發 美수출도 타격 불가피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화려한 부활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가 현실화했다.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대응도 빨라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 연설에서 "미국은 다시금 제조업 강국이 될 것"이라며 "그린 뉴딜은 끝났다.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의무화 정책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지난해 3월 서명한 행정명령이다.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강화해 2023년 7.6%에 그쳤던 미국 신차 내 전기차 비중을 2032년까지 56%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초 초안에선 2030년까지 미국 신차의 3분의 2(66%)를 전기차로 만들기로 했지만, 자동차 제조사와 노조의 반대를 감안해 목표치가 하향 조정됐다.
이처럼 후퇴한 전기차 의무화 정책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히면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미국은) 보유하고 있다"며 화석 연료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의무화 정책이 공식 종료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은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2022년 발효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80만 원)를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폐지 검토'를 지시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보조금은 내연기관차에 대한 역차별이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고율 관세를 적용하면 정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자국 생산을 장려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기지를 마련한 현대차·기아의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IRA에 대응하고자 현대차그룹은 총 126억 달러(약 18조 원)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州) 서배너 인근에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해 올해 2분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 현지 생산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지난 1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발표한 IRA 보조금 대상 차종에 처음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모델 5종이 포함되기도 했다. 미국 판매 전기차를 전량 수입해 왔던 현대차그룹은 상업 리스에 한해 미국 생산 조건과 관계없이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조항을 활용해 판촉을 전개했고, 지난해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 2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편 관세를 예고한 점도 자동차 업계가 당면한 문제다. 그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보편 관세를 내달 1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거운동 기간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우회 수출을 차단하고 생산 기지 자국 이전(리쇼어링)을 목적으로 이와 같은 조치를 예고했는데, 취임 첫날 실행에 옮긴 것이다.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K4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고 올해에는 EV3도 수출할 예정이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039090)와 현대모비스(012330)는 차량용 변속기와 자동차 부품을 몬테레이에서 생산 중이다. 다만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3사가 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분량이 우리 기업보다 월등히 많은 만큼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은 미국 기업들에 집중될 전망이다.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트럼프의 1호 상계 관세 대상으로는 '독일'이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에 대해 "그들은 자동차도, 농산물도 사 가지 않는다"며 '소중국(mini-China)'이라고 날을 세웠고 11월에는 "뉴욕 맨해튼 거리에 독일 차가 너무 많다"고 불만을 표한 바 있다. 로버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지난 18일 연설에서 트럼프 취임 후 독일이 가장 먼저 관세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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