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 초조한 자산가들, '시급 300만원' 민간 소방관도 고용
- 25-01-13
팰리세이즈 쇼핑몰 소유 '억만장자', 민간 소방관 불러
소방차 4대와 소방관 20명 고용땐 하루 1500만원 들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 퍼진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일부 재산가들이 민간 소방 업체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남부 부동산 소유주들은 공공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 소방 업체에 의지하고 있다.
말리부와 샌타모니카 사이의 협곡에 자리 잡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거물들이 거주한다. 이 지역에서 2018년에 개장한 쇼핑몰 팰리세이즈 빌리지를 소유한 억만장자 개발자 릭 카루소는 쇼핑몰 보호를 위해 애리조나에서 온 민간 소방 업체 대원들을 배치했다.
지난 10일 주(州)와 지역 당국의 소방차가 화재를 진압하는 동안 흰색 픽업트럭을 타고 출동한 민간 소방 업체들도 현장에 출동해 개별 주택들의 상황을 살폈다.
이 지역의 부동산 투자 회사 창업주인 키스 워서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주택 보호를 위해 민간 소방 업체를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라며 "빨리 행동해 달라. 이웃집이 불타고 있다. 얼마든지 지불하겠다"며 도움을 구했다.

개인 소방업체들이 받는 돈은 시간당 최대 2000달러(294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소방 업체인 그레이백 포레스트리는 소형 차량을 보유한 개인 소방대원 2명을 고용하는 데 하루 3000달러(약 440만 원)가 들며 소방차 4대에 소방관 20명으로 구성된 팀을 고용하려면 하루 1만 달러(약 1470만 원)가 든다고 밝혔다.
300개가 넘는 민간 소방 업체들을 대표하는 전미산불진압협회(NWSA)는 오늘날 미국에서 일하는 전체 소방관 가운데 45%는 개인 고용 방식으로 일한다고 집계했다. 대다수는 정부와 계약하고 필요할 때 지역 소방팀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민간 소방 업체들은 지난 2018년 울시 산불 발생 당시 킴 카다시안과 카녜 서쪽인가 LA 인근 히든 힐스 소재 저택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한 것을 계기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카다시안 부부가 막대한 부를 활용해 공공 서비스 영역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카다시안은 이들이 이웃의 집을 화재로부터 구했다고 반박했다.
민간 소방 업체는 산불을 직접 진화하기보다는, 산불이 가까이 오기 전에 초목을 제거하고 난연제를 뿌리고 통풍구를 내화 테이프로 밀봉하는 등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전 작업을 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는 2018년 민간 소방 업계를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법적으로 민간 소방관들은 산불 발생 시 공공 기관의 지휘관들에게 협조해야 하며 공공 기관 소유 차량이나 비상등, 사이렌을 사용할 수 없다. 주택 소유주들과 직접 계약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캘리포니아 북부의 한 민간 소방 업체는 이후 정부 계약만으로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 업체들이 공공 소화전을 이용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되면서 근처 연못이나 호수에서 물을 끌어 오는 경우도 생겼다.
NYT는 민간 소방 업체 직원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데다 장비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매니저인 애덤 레버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인터뷰에서 "내 집을 구하려고 민간 소방 업체를 불렀다"며 "이 사람들 덕에 (공공) 소방관이 올 때까지 오래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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