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이윤홍] 녹두전-미식의 즐거움
- 25-01-13
이윤홍(시인ㆍ소설가ㆍ번역가)
녹두전-미식의 즐거움
레이니어 클럽은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개인 사교 클럽으로, “시애틀 최고의 사교 클럽”으로 불린다. 1904년에 완공된 클럽하우스 건물은 국가사적지에 등재되어 있다. 2025년 현재 클럽 회원은 약 1,500명이 가입되어 있는데 전통과 우아함이 깃든 사교의 명소로 뛰어난 역사만큼이나 훌륭한 요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멤버 다이닝 룸 메뉴에 자리 잡은 한국의 녹두전은 절묘하게도 우기철 뿐만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시에틀과도 잘 어울리는, 클럽의 현대적인 미식 철학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우리 대한민국의 고유 요리 중 하나다.
나는 지난 2024년 12월 시애틀 서북미문인협회 문학대학 졸업식에 참석차 5박 6일간 그곳을 방문하여 김미선 회장님과 심갑섭 이사장님과 함께 졸업행사를 잘 치르고 여러 문인들을 만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놀라운 시간을 두 번 갖었는데, 첫 번째는 김명주 시인 댁에서 5박 6일을 머무르면서 바로 집 앞의 산과 바다에서 버섯과 굴을 채취한 것이었다. 이것은 내가 그동안 시애틀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그곳 시애틀대학교 다문화 교수인 쥴리 강과 홍미영 시인과 함께 레이니어 클럽을 방문한 일이었다.
이 클럽은 맴버쉽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쥴리 강 교수의 덕분으로 우리는 클럽 안을 구경할 수 있었다. 밖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실내 계단을 내려오면서 쥴리 강 교수가 여기 멤버들만 들어갈 수 있는 다이닝 룸에 들어가자고 했다. 한국의 녹두 빈대떡이 있는데 와인과 곁들이면 이런 날에 최상의 맛이라고 했다.
그 말에 놀란 우리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두말없이 쥴리 강 교수의 초대로 멤버 다이닝 룸으로 들어섰다.
아직 이른 오후 시간대여서 그런지 안은 한가했다. 한 두 사람이 저쪽에 앉아 있었다. 남자 웨이터가 왔고 우리는 와인에 녹두 빈대떡을 시켰다.
이런 최상급 프라이빗 클럽 다이닝에서 녹두 빈대떡이 서브된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다. 그러면서도 그만큼 한국의 맛이 미국 사교계까지 알려졌다는 사실에 마음이 흐뭇했다. 우리는 와인과 빈대떡을 맛보며 그 어떤 장소에서 맛보던 맛을 훨씬 뛰어넘는 미각을 즐겼다.
더 레이니어 클럽에서 맛본 한 잔의 와인과 녹두 빈대떡은 왜 맛이 유별났을까.
이는 우리의 전통 대중 음식인 녹두 빈대떡을 고급 요리로 승화시켜, 클럽 회원들의 까다로운 미각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에 감동을 받았고, 동시에 동서양의 음식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 다양한 요리 전통을 존중하는 클럽의 정신이 우리를 더더욱 감동시켰기 때문이었다.
더 레이니어 클럽 멤버 다이닝 룸에서 제공되는 녹두전은 정통성과 세련미를 동시에 담아낸 요리로, 신선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하여 완벽한 맛과 식감을 추구하고 있었다. 전채 요리로든 메인 요리로든 이 요리는 클럽의 셰프가 직접 만든 소스와 함께 제공되어 요리의 풍미와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나는 한국의 녹두전을 메뉴에 포함시키는 것은 더 레이니어 클럽이 글로벌 요리 전통을 포용하는 정신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이 상징적인 한국 요리를 제공함으로써 클럽은 회원들에게 한국의 맛을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문화적 감상과 탐구의 기회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빈대떡을 이렇게 권위 있는 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은 맛있는 음식이 국경을 초월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보편적인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레이니어 클럽 멤버 다이닝 룸의 녹두전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그것은 전통, 혁신, 그리고 함께하는 식사의 즐거움을 기념하는 축제와도 같다. 이 한국의 고전을 세련된 방식으로 선보임으로써 클럽은 오랜 레시피를 기리면서 회원들에게 미식 여행을 떠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빈대떡을 한국의 유산을 기리는 마음으로 맛보든, 처음 접하는 새로운 요리로 즐기든, 이 요리는 맛본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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