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도 덮친 LA 산불…시속 129㎞ '악마의 바람' 통제불능
- 25-01-09
7건 '동시다발' 최소 5명 사망…4건은 진압률 0%
피해액은 최대 83조원…주민 "세상의 종말 같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7건의 산불로 최소 5명이 사망했다. LA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이번 산불로 여의도 면적(290헥타르)의 약 38배가 넘는 1만 1208헥타르(약 112.1㎢)가 불타고 15만 명의 주민이 대피하거나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등 지역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LA 카운티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6건이다.
7일 LA 카운티 서부의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산불은 동쪽의 말리부와 서쪽의 샌타모니카까지 확산했다. 이 산불은 지금까지 약 6407헥타르를 태우고 최소 1000개 이상의 건물을 파괴해 LA 카운티에서 발생한 산불 중 파괴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 산불로 인해 4만 4800여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동부 패서디나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도 빠르게 확산해 약 4290헥타르를 태웠다. 이로 인해 100개 이상의 건물이 소실됐고 10만 7000여 명이 화마로부터 피신했다.
서북부에서는 허스트 산불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3300여 명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고 적어도 346헥타르가 불탔다. 이 외에 북부 산페르난도 밸리에서 우들리 산불이, 서북부 샌타클라리타에서 리디아 산불이 8일 발생해 각각 12헥타르, 141헥타르가 불탔다.
가장 마지막으로 발화한 선셋 산불은 LA 카운티 북서부 할리우드 힐즈의 러니언 캐니언에서 발생했다. 선셋 산불로 불탄 면적은 8헥타르에서 2시간 만에 20헥타르에 달할 정도로 산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LA 카운티 보안관인 로버트 루나는 이번 산불로 인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들의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수의 부상자도 나왔으나 정확한 부상자 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산불의 여파로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150만 가구 및 사업체에 전기가 끊겼다. 현재 전력 공급이 회복되고 있지만 정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파워아웃티지유에스'(Power Outage US)에 따르면 LA 카운티에서 아직 21만여 명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산불로 인해 LA에서의 교육 활동도 차질을 빚게 됐다. LA 통합 교육구는 9일 모든 학교가 휴교할 것이라고 밝혔다. 팰리세이즈에서는 학교 2곳이 완전히 불에 타 없어졌다. 이튼 화재가 발생한 패서디나 교육구도 1주일간 휴교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알함브라, 글렌데일 등 19개 지역도 추가 휴교를 검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LA 캠퍼스(UCLA)는 산불로 인해 모든 학부생 수업을 취소하고 대학원 수업은 원격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기상업체 아큐웨더를 인용해 LA 산불 피해 추정액은 520억~570억 달러(약 75조~83조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는 총 7500명을 투입해 산불 진압에 나섰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은 헬기와 비행기, 그리고 소방관 4700명을 투입했고 주지사 직속 응급서비스실도 소방관 1040명을 투입했다. 주 방위군 600명도 산불 진압 지원에 나섰다. 또 4곳의 긴급 대피소를 설치해 주민 약 600명이 머물고 있다.
연방 정부 차원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으로 방문할 예정이던 이탈리아 로마 방문을 취소하고 산불 대응을 위해 캘리포니아에 대해 대규모 재난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자금과 자원이 산불 진압과 피해자 지원에 투입될 수 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도 캘리포니아의 산불 진압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화재 관리 지원 보조금을 승인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재 진압은 강풍과 소화전 고갈 등으로 인해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약 10%가 진압된 허스트 산불과 40%가 진압된 리디아 산불을 제외하고는 진압률이 0%에서 그치고 있다. 8일 오전 3시에는 물탱크의 수압이 낮아져 팰리세이즈 산불 진압에 필요한 소화전의 물이 고갈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시민들에게 물 사용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
최대 시속 129㎞에 달하는 강풍도 화재 진압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인이다. '악마의 바람'으로도 불리는 이 바람으로 인해 헬리콥터 등을 동원한 상공에서의 산불 진압 작전도 중단됐다. 다만 8일 들어 바람이 약화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캐런 배스 LA 시장은 팰리세이즈에서 모든 LA 소방국 항공 작전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에 대해 LA 주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튼 산불이 발생한 패서디나 주민 케빈 윌리엄스는 이웃집의 가스통이 산불 열기로 인해 폭발하기 시작했을 때 대피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바람이 불어오면서 화염이 9~12m 높이까지 치솟았고 '펑, 펑,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팰리세이즈 산불로 대피령이 내려진 샌타모니카 남쪽의 베니스에 사는 마이크 컨스(62)는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병원 진료를 마치던 중 거대한 연기가 산을 10분 만에 집어삼키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이 장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에 "영화 같았다"며 "세상의 종말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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