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지연] 샛별예술단 2024 유럽 순회공연을 마치고(2)

부르심과 보내심


지난 여름은 나에게는 참으로 바쁘고 고생스러운 시간들이었다.

샛별 단원들과 스코트랜드, 런던, 다시 스코트랜드, 아이스랜드를 다니며 공연하고, 관광을 다니면서 단원들에게는 귀한 경험이고 복된 일이겠지만 선생들에겐 고생이 컷다.

타국에서 먹고 자고 관광하는 일만도 힘든데, 비행기표, 공연 스케쥴, 단원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며, 이곳 저곳 다니며 공연하고 사진 찍어 주고, 거기에 돈을 받기는커녕 먼저 쓰고 더 써야 한다. 어느 단체에서도 보기 어려운 일이다.

제자들을 가족처럼, 자식처럼 사랑하지 않고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를 초청한 사람이 선교사님들이고 워낙 물가가 비씬 나라니 어쩌랴!

겉으로는 역사와 힘을 자랑하는 선진국, 사회보장제도와 부요함을 내세우던 나라지만 거리에는 술과 마약에 찌든 노숙자가 즐비하고 정부 돈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국고가 바닥이 난 상태다.

순교자의 피로 세워진 기독교의 나라가 하나님을 버리고 예배를 버리면서 교회는 식당과 술집으로 팔려 나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된 것이다.

조선 땅에 선교사를 보냈던 어머니 나라에 한국 선교사님들이 찾아와 교회를 지키고 거리의 소외된 자들에게 음식과 복음을 나누며 삶을 바치고 샛별에게까지 도움을 청해 온 것이다.

스코트랜드 스트란나에서 6번의 공연을 하고 런던을 가려는데 버스를 타면 11시간, 고속기차는 비싸지만 5시간이란다.

시간과 돈 보다 버스 안에서는 걸어다니지 못하니 병이 날 것 같아 비싸지만 고속 기차를 타고 런던 역에 내리자 런던 주사랑 교회 집사님이 나오셔서 공연 짐들을 싣고 가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런던은 시애틀 다운타운 정도가 아니었다. 시내로 들어가는데 도로 혼잡세를 내며, 주변 도시들과 거리가 멀었다.

기차역에 내려도 어느 도시로 가느냐에 따라 기차역이 따로 있어 정신 차리고 확인하지 않으면 엉뚱한 역으로 가고 있다.  

런던 시내 관광을 하기 위해 미리 구해 놓은 에어비엔비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더니 백인 할아버지 한 사람이 다가와 멋진 공연을 하는데 오라고 전단지를 주었다.

웬지 사진이 낮익어 보니 런던 교회에서 샛별 공연을 광고하는 전단지였다.

이 넓은 런던에서, 이 복잡하고 많은 기차들 가운데 만난 것이 놀라웠다.

하나님이 샛별을 격려하시고 환영하시는 것에 가슴이 찡했다.

British Museum 은  너무나 크고 사람도 많다.

그보다 귀한 보물, 예술품이 너무나 많아 한 달, 적어도 일주일은 매일 둘러봐야 할 것 같았다.

온 세상 나라들을 정복하고 이 많은 보물들을 빼앗아 왔겠지만 덕분에 보존이 잘 되어 있다.

'Notting Hill' 유명한 거리에 단원들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나는 골목 속의 집을 개조한 멋진 카페를 찾아 들어 갔다.

커피와 샐러드를 시켰는데 놀랍게 샐러드 한 쪽에 김치가 있지 않나?

나중에 알아보니 고급 식당에서는 샐러드에 김치를 넣는단다.

얼마전까지만도 냄새나는 김치와 함께 코리아가 얼마나 무시를 당했나?

어디를 가나 한국 물건이 넘쳐나고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 한국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심지어 유명 합창단이 한국 가곡과 민요를 부르는 세상에서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전 세계에 선교사를 보내면서 하나님이 도우시는 놀라운 나라가 되지 않았나?

런던 주사랑 교회에 도착하자 여선교회 성도들이 정성으로 만든 한국음식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0명 정도 모이는 27년 된 교회로 평소에는 수요 예배가 없고, 바쁜 생활로 모이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성도들이 모두 마음과 뜻을 모아 준비하신 것을 볼 수 있었다.

예루살렘에서 오래동안 선교를 하시다가 런던 교회로 오신 김주경 목사님과 사모님은 은퇴를 하셨다는데 부지런하시고 선교의 열정이 넘치셨다.

성도들의 얼굴과 모습에서 성실과 충성으로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왔음이 보였다.

수백년 된 건물인데 무대가 좀 어둡기는 했지만 강단이 넓어 공연을 하기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 사람들과 런던교회 성도들인 백인과 흑인들이 모여 말이 필요 없는 음악과 무용으로 한국의 문화를 통한 복음을 나누었다.

런던으로 날아 온 최우리 목사가 중간에 간증을 하였고, 작품 사이 사이에 하나님이 하신 일을 설명하였다.

공연이 끝나자 성도들은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로 화답을 하고 밤이 깊었는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사모님! 이렇게 감격스러운 날이 있을 까요? 공연을 통하여 놀라운 힘을 얻었습니다. 다시 20 년 사명을 지키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가야금을 전공한 사람인데, 이제부터는 찬양과 제자를 키우는 사역을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샛별의 초창기 이야기가 담긴 시와 에세이집 '별이 된 이슬' 15권을 필요한 사람이 가지고 가도록  목사님게 드렸다.

70- 80 명 정도로 성전이 다 차지 않았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처음이라고 성도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다.

런던의 그 어떤 놀라운 건물과 예술품 보다도 믿음을 지키는 진실한 사람이 보물이요 귀한 작품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차를 운전하거나 기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너무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 시간과 건강을 위해 버스투어와 배를 타고 돌아보기로 했다.

사진이나 화면으로만 보던 웨스터민스터 사원, 버킹검 궁...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의 힘을 느끼게하는, 실제로 보는 것은 더 대단했다.

버스 꼭대기 층에 앉아 건물들을 투어할 때는 그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웅장한 건축에 경이로웠고 템즈 강 시티 크루스를 타고 타워 브릿지 아래를 지나는 순간은 단원들이 환호를 질렀다.

세계적인 도시는 강을 끼고 있고, 관광의 최고의 효과는 강을 따라 배타고 도시를 둘러보는 것이라는데 학생들에게는 진정한 공부요 체험의 시간이었다.

4박 5일의 런던에서 보내고 스코트랜드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고속기차역에 내리자 목사님과 집사님이 샛별 공연 짐들을 싣고 오셔서 선교비를 주시고 기도해 주신다.

런던 시내를 나오는 일이 쉽지 않고 이른 아침에 짐들을 싣고 오신 것이 너무나 죄송해서 할 말이 없었다 

스코트랜드 수도 글라스고어에 내려 일반 기차를 타고 스트란나 해변을 따라 시내로 들어오는데 그리운 집으로 돌아 온 것처럼 반갑고 평안이 찾아 온다.

교회로 들어 오자 성도들이 음식을 만들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코트랜드는 나라 전체가 관광지라더니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산과 바다. 들판과 동물들, 수백년 된 건물들이 즐비하다.

지역에서 제일 오래 된, 1,500 년 된 역사적인 교회를 찾아 가 묵상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낡고 고풍스런 건물과 한복이 참으로 잘 어울린다.

단원들은 모델로 자세를 배우고 선생들은 사진작가로, 비디오 편집을 하게 된다. 

자세히 보니 들판에는 고사리 천국이요 바다에는 먹거리가 풍성해 선교사님 부부는 먹을 것이 없으면 바다로 나왔다고 하신다.

나는 손자가 다칠까 업고 전복을 따서 저녁 상에 올려 놓자 단원들과 성도들은 맛을 모른다. 

낮에는 관광을 하고 저녁에는 교회에서 공연을 하는데 교회를 떠났던 사람들이 한사람 두 사람 나타나면 선교사님은 돌아온 탕자를 맞는 아버지 같았다.

오후 5 시에 웬만한 상점은 문을 닫는 조용한 도시인데 금요일부터 주말에는 술집마다 꽉차고 밤 늦게까지 거리가 시끄러워져 숙소로 가는 길이 조심스러워진다. 

한국사람은 김위식 선교사님 부부뿐, 동네 이장처럼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셨다.

18년 전, 술집으로 넘어가는 400 년 된 교회를 사서 전과자, 알콜과 마약 중독자, 소외된 사람들에게 금요일 저녁에는 호떡을 굽고, 주일에는 점심을 대접하며 성경을 함께 읽기 시작한 것이다.

돌 지붕이 새서 공사를 했는데 공사비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하시는 사모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사렙다 과부 같은 우리에게 사렙다 과부의 축복의 기회가 온 것이다.

 아들 최 목사 부부는 자기들이 반을 내겠다고 하고, 나는 가지고 있는 현금이 모자라 단원들 비상금을 빌렸더니 채워진다.

런던교회에서 주신 헌금과 책값까지 드리자 빚을 지면서까지 온 것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마음이 부자가 되었다.

아침 일찍 교회로 가자 글라스 고어 공항으로 데려다 줄 버스가 벌써 기다리고 있다.

성도들은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쉬워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외로운 도시에 선교사님 부부를 놓고 떠나는 것에 가슴이 아려 왔다.  

화산과 빙하의 나라, 아이스랜드에 내리자 공항부터 모든 시설이 현대적이고 렌트카도 짐칸이 거의 없는, 여행객을 위한 나라였다.

국토의 지배 면적이 대한민국과 거의 비슷하지만 인구는 40만도 안되는, 주변의 북유럽 나라들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나라다.

멕시코 만류로 흐르는 난류 때문에 위도에 비해 날씨가 온화하지만 냉해 때문에 경작이 불가능하다.  

공연이 없는데 관광을 위해 갈 수는 없어서 여러차례 반대를 했지만 시내 단장이 자기가 가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아이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고 우겨서 결국 오게 된 것이다.

공항근처의 호텔에 방을 빌려 짐들을 맡겨 놓고 렌트카로 관광지로 떠나는데 단원들은 흥겹다.

1시간을 차로 달리자 서서히 화산 냄새가 나고 들판에서 김이 올라오고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산 등성이를 돌고 돌아 숙소에 도착하자 모두 눈이 휘둥그레 진다.

지진 때문에 단층으로 지어졌고, 화산 때문에 지열을 이용해 바닥이 온돌이다.

영화에서나 보는 멋진 집과 정원, 가구와 인테리어가 최고급이다.

며칠 머무는 집이지만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에 돈이 아깝지 않았다.       

나는 스코트랜드에서 가져온 양고기를 구워 저녁 준비를 했다. 

오늘과 내일은 관광으로 바쁜 날, 새벽에 일어나 단원들 아침과 점심을 위한 샌드위치, 볶은 밥을 만들었다. 유럽에 오면,  온갖 맛있는 빵과 소세지를 마음 놓고 먹게 된다. 

아침도 벤 안에서 먹고, 점심은 벤 밖에서 먹으며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 최대한 관광을해야 한다.

Kerid Crater,  거대한 분화구에 물이 고인 천지나 백록담 같은 곳이다.

언덕에 오르자 분화구와 빙하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백두산 천지에 올라갔을 때처럼 바람이 심하게 불어 오래 내려다볼 수가 없어 서둘러 사진을 찍고 도망왔다.  

Secret Lagoon, 5-7 분마다 땅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오르는데 70 미터까지 솟는다고 하여 큰 것을 기다리다 그대로 만족하고 발길을 돌렸다.

Gullfoss Falls, 물의 양이 많고 넓은 장엄한 폭포. 아이스랜드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폭포로  나아아가라 폭포처럼 물의 힘, 자연의 힘이 밀려왔다.

Geysir Hot Spring, 노천 온천이다.

나이 탓인지 단원들 사진 찍는다고 머뭇거리다 딸의 성화에 온천에 들어가자 여러가지로 분주하고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온천수에 의해 녹아내렸다.   

숙소에 돌아와 최우리 목사가 준비한 바베큐 파티를 하고 해지는 북해를 보기 위해 다시 나갔다.

마지막 밤은 모두 정원에 모여 최우리 목사의 인도하에  camp fire 를 했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보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지날들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 시애틀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저녁비행기라 수도인  레이캬비크로 들어가 시내구경을 하고 시내에서 2번째로 높은 건물이자 역사적인  '할그림스키르카' 루터교회로 향했다.

아름답고 공명이 잘되는 교회를 왔는데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사진도 찍을 겸  'The Prayer' 'You Raise Me Up' 합창을 하게 했다. 

바닷가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는 건물들이 서로 어울리고 모든 것이 아름답다.  

자녀들을 보내고 뒷 바라지 하느라 고생하는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은 자녀들의 멋진 사진일 것에 선생들은 너도 나도 사진 작가가 된다.

밤 비행기인데 잠이 오지 않는다.

변함없으신 하나님은 '샛별 날씨' 기적의 날씨로 함께 하셨다.

16일 동안 일기예보는 늘 비가 온다고 하였지만 한 번도 비를 맞지 않았고, 후덥지근 했던 런던까지도 맑고 상쾌한 날로 바뀌지 않았나?

단원들이 믿고 따라주니 인성과 신앙 훈련이 되고, 무용과 합창 실력까지 늘었다.

선생들은 단원들 돌보고, 먼저 희생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단원들 사진을 찍는 모습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웠을까?

시애틀 돌아와 밀린 일을 하기 바쁜 중에 기드온 동족 선교회 박상원 목사님께서 말씀하신다.

"10월 28일부터 4일 동안 태국 방콕에서 '복음 통일 컨퍼런스'가 열리는데 올해는 차세대들이 함께하는 대회가 되기 바랍니다. 2세로 한국말로 설교하시는 최우리 목사님이 강사가 되어 주시고, 샛별이 와서 공연을 해 주실 수 있나요?"  

최우리 목사도 허리 수술 후 무리하면 안 되고, 방학기간도 아닌데 해외 공연을 또 간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가능치 않아 거절해야 하는데, 마음에 감동이 왔다.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북한!, 샛별 단원들에게 알려야 하는 우리의 소원, 통일!

샛별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과 보내심'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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