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공순해] 한강 이후
- 24-12-03
공순해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한강 이후
몇 년 전, 문협에서 선배가 말했다. 끝까지 도저히 못 읽겠으니 가질래요? 페이지를 후루룩 넘겨 봤다. 영 선배 취향이 아니다. 세상 보는 시선이 선의로 가득 찬 분이니 맞을 리가. 냉큼 책을 챙겼다. 나만 득템했네, 홀로 미소지었다. 그의 아버지 작품은 더러 읽은 적 있지만 그의 작품은 소문으로만 들었다. 비로소 만난 그 책, <채식주의자>였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고은도 아니고, 조선 3대 구라 중 하나인 황석영도 아니고, 연약해 뵈는 약관의 그가 해냈다. 단군 이래 민족 숙원 사업(?)을 그가 단번에 해결했다. 온 나라가 국력을 기울여 삼천리금수강산 방방곡곡이 울리도록 박수쳐 환영했다.
한데 그 주 일요일 교회에 갔더니 몇 분의 촌평이 떨떠름했다. 수상 전에 읽은 적 있는데 끝까지 읽기가 좀 그래서 중도 포기했다고. 내게 책을 준 선배와 다르지 않나 보다. 끝까지 읽어내기 쉽지 않지요. 조그맣게 응수하며 속으로 생각이 깊어졌다. 그의 등장인물들은 폭력과 도그마에 저항한다. 심지어 주인공조차도 어느 극단적인 순간 집요한 나머지 도그마를 드러내는 듯도 보인다. 말하자면 인간의 본성을 생선 가시 발라내듯 섬세하고 예리하게 드러내니 독자의 맘이 편할 리 없다. 독후감으로 솜사탕 같은 공감을 간직하고 싶은 독자는 아마 끝까지 참아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고통스러워도 끝까지 직시하는 것,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수상에 대한 국민적 깜짝 반가움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독후감으로 해서 독자들의 갈등이 한동안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며 적당 선에서 합의(?)를 이루겠지. 게다 역사를 왜곡했다고 스웨덴 한림원을 규탄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니 합의는 좀 더 시간이 걸릴지도.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데 세계적 명예를 얻은 약관의 그를 사갈시하는 족속이 왜 없겠나. 기승전이데올로기인 부류들도 나서겠지. 좌파도 노 땡큐지만 우파도 참 노 땡큐다. 중립은 왜 숨도 못 쉬나.
이 사태에 이 문제 말고도 내 안에서 더욱 일어나는 염려는 이후 얼마나 많은 한강 아류가 줄지을 것인가, 이다. 박세리 때는 골프 쪽으로, 김연아 때는 피겨 쪽으로 아이들을 몰고 가던 학부모들. 심지어 반기문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됐을 때 강남엔 유엔 사무총장 학습반이 생기기도 했다고 들었다. 이번엔 한강 학습반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수상 소식 5일만에 문학관 짓겠다고 찾아간 공무원도 있단다. 그의 수상으로 해 사회가 촌스럽게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졸속을 지양해 품격을 지켰으면 좋겠다.
부박(浮薄)한 인간들로 해서 한국의 정치는 늘 삼류를 면치 못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고 군정으로부터 정권 교체를 이루어낸 쾌거로 사회가 흥분했을 때 그의 아들 김현철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당시 그의 신분은 대학원생인가 그랬다. 그때 그는 기자에게 말했다. 일개 학생인 제가 뭘 알고, 할 수 있겠습니까. 찾아오는 분들의 바람을 채워드릴 능력이 없으니 절 내버려두셨으면 합니다. 등산로에 취재진만 진 치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기다린다며 난감해했다. 그때 그는 소박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러나 끈질기게 악착같이 찾아오는 사람들로 해서 그는 결국 아버지의 국정 보고를 대신 받는 권력을 휘둘러 아버지와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누가 그를 그리 만들었나. 한국의 정치가 삼류인 이유는 바로 이런 자들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계에 스승의 날이 없어진 저변의 이유가 꼭 교사들 탓뿐이겠나. 거절해도 거절해도 악착같이 봉투를 두고 가던 학부모들. 가슴에 봉투를 쑤셔 넣고 갈 때 술집 여자 취급 같아 몹시 불쾌했다. 목적을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들은 어디에나 꼭 있다.
한강이 포니정재단 상을 받기 위해 식에 비공개로 참석했을 때 취재진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도 섞여 있었다. 비공개로 하겠다는데 왜 무슨 목적으로 굳이 찾아갔을까. 단순한 호기심으로? 자신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해 달라는 그의 바람이 과연 이루어질지…
다음의 염려는 창작계의 반응이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공전의 히트를 하자 많은 창작물의 제목이 ‘X를 품은 ㅇㅇ’로 변형돼 줄이어 쏟아졌다. 아무 고민 없이 남의 창작 아이디어를 베끼는 창작자(?)들. 그러니 이후 줄이어 ‘ㅇㅇ이 온다’, ‘xx하지 않는다’, ‘ㅇㅇ주의자’ 같은 제목들과 글이 쏟아져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작가 스스로의 체면을 깎아 먹는 자들이 나오지 않길, ‘한강 물’ 들어 오는데 노 저어야 하니 부디 풍파 일으킬 사람이 없길, 국격(?)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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