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기봉] 암각화

이기봉(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암각화 

 

절벽에서 걸어 나온 암각화

견고한 시간은 지워지지 않아

야생의 순간들이 

발효된 흔적으로 남는다


놀란 사슴의 무리가 흩어지고

화살을 당기는 날카로운 시선이

사냥감을 향해 날아간다


과묵한 타임머신의 고백에 

돋아나는 호기심


뜨겁게 흐르던 용암의 눈물이

멈추어 선 곳에 

각인된 호모 사피엔스의 자취


신에게 바라는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거친 바람 휘몰아쳐도

금빛 날개를 달고 날고 싶었나


야생에서 떠내려온 문명의 허기진 모습  

빗나간 탐욕의 화살이

언젠가 나를 찌를지 두려워

누구도 해독하지 못할 비밀 코드를

풍화되지 않는 바위에 새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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