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첫 여성 대통령 꿈 좌절…인종·성별 장벽은 높았다[트럼프 당선]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쓰고자 했던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결국 성별과 인종이라는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

자메이카 출신 흑인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부통령과 첫 여성 부통령이라는 기록을 쓰며 당의 기대를 모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패배했다.

초반 스퍼트까지는 좋았다. 해리스는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후 빠르게 바통을 넘겨받아 3분기에만 10억 달러를 모으는 진기록을 썼다. 9월 트럼프와의 TV 토론에서도 판정승을 거둔 데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 등 슈퍼스타들의 공개 지지를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근소한 우위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백인 여성들의 숨은 표심을 자극해 '샤이 해리스'에 대한 기대감도 자아냈다. 하지만 실제 표심은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본인 콘텐츠가 없었다"

 

해리스의 패인과 관련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포린폴리시(FP) 칼럼니스트 마이클 허시는 "해리스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자신이 왜 더 나은지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너무 적은 시간을 썼다"고 지적했다.

허시는 해리스가 경제와 이민 같은 중요한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의제를 설득력 있게 요약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자신만의 콘텐츠가 없다는 게 약점이었다. 해리스는 지난달 ABC방송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바이든과 다르게 어떤 일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생각나는 게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페기 누넌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는 해리스를 '요령 없는 회피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해리스는 백악관에서 4년 동안 지지율이 40% 안팎이었던 인기 없는 바이든 대통령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자신을 미래지향적인 후보로 내세웠지만, 현직 부통령이라는 지위 때문에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줄 수 없었다.

해리스는 트럼프에 비판적인 온건파 공화당원과 무당파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고자 했지만, 흑인·라틴계·젊은이 등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분열되는 걸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테랑 여론조사 전문가 프랭크 런츠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유권자들은 트럼프에 대해 모든 걸 알지만 해리스의 계획을 더 알고 싶어 했다"며 "트럼프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주목받지 못한 게 해리스 캠프의 엄청난 실패"라고 분석했다.

진보성향 매체 복스는 해리스의 패인으로 △높은 물가 △전임 후보인 바이든의 인기 부족 △애매한 중도 노선을 꼽았다. 복스는 해리스가 가능한 한 많은이들로부터 호감을 얻으려고 진보에서 중도로 노선을 틀었다면서 그가 프래킹(석유·천연가스 추출을 위한 암석 파쇄술)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한 점을 언급했다.

복스는 "대중의 대부분은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보다 바이든의 인플레이션에 더 분개했다"며 "그래서 유권자들은 불과 4년 전에 퇴진시킨 후보에게 돌아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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