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귀환…'미국 우선 대외정책 2.0'의 태풍이 분다

[트럼프 당선]나토·한국 등 방위비 인상에 '덜덜'…우크라, '러 우호적 종전' 압박

중동전쟁은 더 거세질 듯…대중 견제 정책은 '그대로'

 

국제사회가 주목한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의 4년 만에 귀환으로 사실상 끝이 났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 트럼프 1기 행정부와는 달리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복귀가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외치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앞세웠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토와 한국 등 동맹국 부담 가중…동맹관계 다시 경색되나

 

트럼프 당선인은 첫 번째 임기 당시 나토 회원국들의 '무임승차' 주장하며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인상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여러 발언을 통해 자신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에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수락 연설에서 "동맹국들이 우리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주방위군협회 총회 연설에 참석해 나토 방위비 비율 목표인 2%를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비난하며 "적어도 3%를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태도는 한미동맹에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부르며 정당한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해 방위비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매슈 왁스먼 미국외교협회(CFR)의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해리스는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큰 혜택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트럼프는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미국에 불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지정학적 경쟁이 재개되고 세계화가 축소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에 우크라이나 '울상'…중동 전쟁 불꽃은 더 '활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정세가 가장 크게 달라진 곳은 유럽과 중동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째 계속되고 있고 이스라엘과 가지지구 전쟁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및 이란과의 분쟁으로까지 확산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최근 북한의 병력으로 인해 확전의 기로에 서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선 시 빠른 종전을 공언해 왔다. 이에 취임과 함께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제안할 종전안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웃음 짓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막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비판해 왔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적극 나설 경우 지원을 대가로 러시아에 영토를 분할해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토가 트럼프의 재선 시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으나 미국이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전세는 러시아로 급격하게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왁스먼 연구원은 "트럼프의 수사와 과거 행동 '우크라이나에 나쁜 소식'"이라며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줄이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양보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으로 트럼프의 지도자 대 지도자 외교에 대한 거래적 접근 방식은 푸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동에서의 전쟁 양상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는 1기 행정부 시기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면서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쳤고, 이란과의 관계는 이란 핵합의(JCPOA)를 탈퇴하면서 악화됐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2기 행정부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란과의 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편향적인 중동 정책은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더해지면서 격화되고 있는 중동 정세에 기름을 붓는 셈이다.

제이슨 브로드스키 이란반핵연합의 정책책임자도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선 이란 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과 강력한 억지 조치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망했다.

 

관세 등 '더 강한' 중국 견제 정책 전망…대만 관계는 '변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대중 정책일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과 계속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하는 '미국 우선주의'도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초당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1기 행정부 시기인 지난 2018년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2기 행정부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선거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의 닉 마로 글로벌 무역 책임자는 "트럼프가 오랫동안 미국 동맹국에 경제적, 외교적 압력을 가하며 그들이 무임승차를 한다고 비난해 왔다"며 "그의 최근 발언들은 그가 그러한 접근 방식을 두 배로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마로 책임자는 이어 "관세를 선호하는 트럼프의 위험한 측면은 다른 국가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이 보복 관세나 기타 비관세 조치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관세 정책은 무역 보복으로 이어져 미국인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쉬 국제 비즈니스 수석도 "외국 부품과 구성 요소에 의존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은 이중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관세로 인해 투입 비용이 더 비싸지고, 보복 관세로 인해 수출 제품 가격도 더 비싸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이 트럼프의 당선을 마냥 나쁘게 보지 만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대만은 우리의 반도체를 모두 가져갔다"며 "그에반에 대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보험회사와 다를 바 없다.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대만 간에는 공식적인 방위협정은 체결되어 있지 않지만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안보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만과의 관계 악화는 오히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반길 만한 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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